두테르테 대통령 “오바마 인권 논하기 전에 문제 이해해라”

입력 2016-08-31 20:05 수정 2016-08-31 23:10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31일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이다. AP뉴시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적한 인권 침해 문제를 반박할 준비가 됐다는 발언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두 정상이 다음 달 6~8일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 회의와 별도로 양국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마닐라 국제공항을 찾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귀국한 필리핀 노동자 약 120명을 환영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인권을 논하기 전에 먼저 문제를 이해하라”고 말했다. 이어 “내 말을 먼저 듣는다면 인권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자들에게도 “마약은 삶을 망치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라”고 경고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가운데)이 31일 마닐라 국제공항을 찾아 해외에서 돌아온 자국 노동자를 환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과 노동자들이 주먹을 쥔 손을 뻗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오바마 대통령은 필리핀의 인권 상황에 대해 수차례 우려를 표했다. 벤 로즈 미 백악관 안보 부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필리핀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며 “회담에서 인권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으로 필리핀에서는 2000명 가까운 마약사범이 경찰과 자경단에 의해 살해됐다. 미 국무부와 유엔은 “인권침해”라며 공포 정치를 펼치는 두테르테를 규탄했다. 엘리자베스 트뤼도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필리핀에서 행해지고 있는 구금과 무차별적인 살인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