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 박현웅 개인전 ‘뜻밖의 초대’

입력 2016-08-31 16:20 수정 2016-08-31 16:22

서울 인사동 선화랑 8월29일~9월10일 오픈 작가의 방 등 스팟 전시


어린이를 위한 그림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로 나아갔다. 박현웅 작가(47)의 작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를 위한 축제 같은 달콤하고 행복한 이미지에서 한단계 성숙하고 정리가 잘 된 캐릭터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이 밀려들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 같은 신비감이 깃들어 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 8월 29일부터 9월 10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전시 제목은 ‘뜻밖의 초대 & 오픈 작가의 방(Open P Studio)' 스팟 전이다. 짧은 전시 기간 동안 한 작가에게 중점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비춰보는 전시다. ‘뜻밖의 초대’는 2개월 전 갑작스럽게 화랑에서 연락해 계획되지 않은 전시라는 의미다.

기습적인 전시 제안이었지만 초대를 받고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 폭염 속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 결과 전시는 재미있게 꾸려졌다. 스케치, 깎다만 나무판, 미니 아톰 등 어지럽게 놓여 있는 작가의 작업실 책상이 그대로 옮겨져 왔다. 일일이 나무를 톱으로 자르고 붓질을 하고 마무리 손질을 하는 꼼꼼한 과정을 담은 비디오도 상영된다.

하얀 건물, 파란 교회당이 눈부신 그리스 산토리니를 배경으로 세 가족이 자동차에 앉아있 ‘언젠가 그곳에서 우리는…', 왕눈깔 사탕이 풍선처럼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하늘을 보듬다’, 아톰이 등장하는 ‘지구를 지켜라’ 등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다. 그림 속 주인공들은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 보이고 있다.

작가도 여행을 좋아하지만 꿈도 못 꾸던 시절이 있었다. 몇 년 전 외국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 만난 풍광과 삶이 그를 동화적 판타지에 빠져들게 했다. 어른이라고 이유로 잊고 있거나, 힘겨운 세상살이에 포기했던 꿈을 동심의 세계로 끄집어냈다. 그의 그림은 어린이와 함께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작품 제목 ‘숨은그림찾기’가 인기다. 비슷한 그림을 여기저기 숨겨놓아 관람객들이 찾게 하는 즐거움을 준다. 추억과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어른들이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숨은 그림을 찾거나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행복해 할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며 "이게 작가의 특권이자 즐거움“‘이라고 했다.

그의 작품은 캔버스에 그린 회화가 아니다. 나무에 스케치하고 자르고 깎고 파내 칠하고 붙였다. 나무 조각을 일일이 붙인 입체 회화다. 재료는 작업 초기엔 금속을 사용했으나 색감 사용에 제한이 있었다. 요즘은 자작나무를 쓴다. 느낌이 좋을 뿐 아니라 가공이 편하기 때문이란다. 나무의 결에서 느껴지는 고유의 따뜻함도 있다.

나무판은 그림에 따라 적게는 3개, 많게는 8개의 겹으로 이뤄졌다. 자작나무를 자르고 붙이면서 그림을 짜 맞추는 과정 속에 이미지는 입체적으로 변화하고 작품에 율동감과 생동감이 더해진다. 하루 꼬박 10시간은 작업한다. 나무의 기본 바탕색이 노르스름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채색 작업을 통해 은은하면서 판타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작가는 소설 쓰기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품을 제작해 아이디어를 정리한다. ‘손바닥 그림'에는 일기뿐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는 상황과 캐릭터가 특유의 재치와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자리를 잡는다. 곰인형, 강아지, 알록달록한 풍선, 북유럽풍 식기, 회전목마, 서커스 코끼리 등 일상에서 만나는 각종 캐릭터가 발랄함을 선사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은 어릴 적 상자 안에 소중히 보관된 물건을 하나둘 추억을 되새기며 꺼내 보았던 비밀스러운 보물과 같다. 전시는 작가의 보물창고를 들여다보는 구경거리다. ‘상상력의 수수께끼-판타지로부터 판타지아로’(성원선 미술평론가) ‘호기심 천국 속 숨은 동심 찾기’(김민정 시인) ‘달콤하고 경쾌한 상상 여행’(이선영 미술평론가)으로 안내한다(02-734-045).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