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개도 사람이 무슨 말 하는지 알아듣는다”

입력 2016-08-31 16:14 수정 2016-08-31 16:22

개들이 사람의 말을 이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목소리나 억양을 알아채는 것뿐 아니라 말의 내용도 일부 알아듣는다는 연구다. 개 앞에서 말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레보트보스 로랑드 대학 연구진은 이번주 발매된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에서 개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소개한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개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떤 말이 들렸을 때, 말의 ‘내용’을 이해하는 뇌 부분과 말의 ‘억양’을 이해하는 뇌 부분이 서로 다른 곳에 위치해 있다. 이는 말의 내용과 억양을 각각 분리해 이해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개에게 말을 들려준 뒤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개에게 “아주 잘 했어”라는 칭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중립적 내용의 말을 칭찬하는 억양과 단조로운 억양으로 들려줬다. 그랬더니 칭찬하는 내용의 말을 칭찬하는 억양으로 들려줬을 때 개가 아주 기뻐하는 반응을 나타냈다. 반면 중립적인 말을 칭찬하는 억양으로 들려줬을 때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칭찬하는 말을 단조로운 억양으로 들려주거나 중립적인 말을 중립적으로 들려줬을 때에도 별 반응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이는 개가 칭찬하는 말 내용을 알고 있다는 의미라고 연구진을 설명했다. 특히 사람이 말할 때 과거 이 말이 칭찬할 때 쓴 말인지 아닌지에 개가 주의를 기울인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사람이 말을 할 때 개가 표정과 기분을 살피면서 뜻을 오랫동안 각인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행복한 표정과 억양으로 “귀여워”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면 이 말을 긍정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냄새가 지독해”라는 말을 역시 행복한 표정과 억양으로 반복적으로 말해도 이 말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때문에 “혼낼거야”와 같이 개에게 위협적으로 각인된 말을 개 앞에서 아무리 행복한 표정과 억양으로 말해도 개는 진심이 아니란 걸 알아차린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