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31일(현지시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멕시코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31일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자신의 이민정책 공약을 발표한다.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이민자 중 몇 명을 추방하자고 트럼프가 주장할지가 관심이다. WP에 따르면 트럼프는 자신의 이민공약을 발표하기 직전 자가용 비행기로 멕시코로 건너가 니에토 대통령을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니에토 대통령은 지난 주 트럼프에게 멕시코 방문을 제안했다. 니에토 대통령실은 트럼프가 개인자격으로 방문한다고 확인했다. 니에토는 올 초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를 강간범, 범죄자로 비하하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하자 그를 히틀러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가 나중에 사과했다.
트럼프는 주멕시코 대사관을 통해 멕시코 방문이 가능한지 타진했다고 WP는 보도했다. 대사관은 경호에 따르는 문제와 시간 부족을 경호와 시간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으나 트럼프 측은 방문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1100만명 불법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본선을 앞두고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추방대상자를 축소하는 등 이민정책 공약의 변화를 시사했다. 하지만 지지자들의 반발이 빗발치자 이민정책 공약 발표를 한 차례 미루는 등 좌고우면했다.
트럼프는 3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대통령 취임 첫 날 남쪽 국경에 장벽을 건설한다고 말했다. 불법이민을 중단하라”고 썼다. 지난 27일에는 “취임하면 1시간 이내에 불법이민자 중 범죄자들을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방대상자 규모와 범죄자가 아닌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추방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이민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불법이민자 중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69만명으로 추산된다. 비자에 명시된 체류기한을 넘겨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550만명이다. 절차를 밟지 않고 미국으로 입국한 사람까지 합하면 불법이민자는 모두 1100만명이다.
트럼프가 최근 불법이민자 추방 문제를 놓고 조언을 구한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오랫동안 미국에 체류하면서 미국에서 법을 어긴 적이 없고 세금을 낸 사람들에 대해서는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워싱턴의 싱크탱크 이민연구소의 마크 크리코리언 소장은 “불법체류자에게 합법체류의 길을 터주는 것은 트럼프가 경선 때 비판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이민개혁방안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반발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