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뮤지컬 '빨래' 중국 투어 중단…사드 후폭풍에 공연계도 긴장

입력 2016-08-31 11:38 수정 2016-08-31 13:52
뮤지컬 '빨래'의 중국 공연 포스터.

뮤지컬 ‘빨래’의 중국 투어 공연이 중단됐다. 최근 연예계를 강타한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이 ‘빨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간판스타인 ‘빨래’는 지난 8월 10일부터 10월 2일까지 중국 5개 도시 6개 극장에서 투어 공연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8월 10~14일 상하이 이하이 극장 공연은 문제 없이 마쳤지만 8월 19일~9월 4일 베이징 티엔차오 극장 공연의 경우 다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8월 28일 막을 내렸다. 클리어씨 홀딩스와 씨에이치수박은 취소된 나머지 4개의 공연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배우들의 개런티를 절반 정도라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빨래’ 제작사인 씨에이치수박 관계자는 “한국 배우들이 참가한 이번 공연은 2017년 중국 배우들로 ‘빨래’를 올리기 위해 씨에이치수박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중국 클리어씨 홀딩스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클리어씨 홀딩스 측에서 한류와 관련해 홍보 및 마케팅이 쉽지 않은 최근 중국 상황을 언급하며 투어 중단을 제안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내년에 예정된 ‘빨래’의 중국어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한국 배우들이 직접 공연하는 것은 홍보 및 마케팅이 쉽지 않지만 중국 측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해 중국 배우들이 공연하는 것은 현재까진 문제 없는 분위기다”고 덧붙였다.

‘빨래’처럼 공연 중단이라는 직접적 타격은 아니지만 최근 중국 진출을 노리던 한국 뮤지컬계도 차가워진 현지 분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제작한 뮤지컬 ‘별의 전설’은 당초 내년 상하이에서 한국 배우들로 공연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 현지 파트너로부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또 뮤지컬 ‘리틀잭’의 제작사 HJ컬쳐는 오는 10월 중국 진출을 위해 상하이에서 한국 배우가 참여하는 쇼케이스를 열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한승원 HJ컬쳐 대표는 “중국측 파트너로부터 사드 때문에 현지에서 한국 작품의 홍보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쇼케이스를 취소하는 대신 중국 배우가 중국어로 공연하는 라이선스 버전을 바로 선보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연예계와 비교해 공연계의 중국 진출은 아직 규모가 크진 않지만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상황이었다. 특히 한중 합작이나 판권 수출 등을 모색하는 제작사가 적지 않았다. 올초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열린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는 중국 뮤지컬 관계자들을 초청해 한국 창작뮤지컬 쇼케이스를 선보이는 자리였을 정도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13~1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K뮤지컬 로드쇼’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한국 창작뮤지컬의 중국 진출을 위해 기획한 이 행사는 공모를 통해 지난달 8편을 선발한 상태다. 이 가운데 ‘영웅’ ‘마이 버킷 리스트’ ‘구름빵’ ‘셜록홈즈 : 앤더슨가의 비밀’ 등 4편은 실연 쇼케이스를 선보이고, ‘신과 함께 가라’ ‘마타하리’ ‘캣조르바’ ‘아리랑’ 등 나머지 4편은 영상 쇼케이스를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공연장의 변경이 이뤄지는 등 공동 주최사인 중국 카이신마화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9일에야 중국 당국에 행사 허가 신청을 낸 상태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다소 늦어지고는 있지만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은 상태다. 행사 허가를 받는대로 각 단체들의 공연 비자를 받는 절차를 밟도록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K뮤지컬 로드쇼’에 참가하는 단체들 중 일부는 행사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단체의 한 관계자는 “평소 중국 비즈니스가 워낙 유동적이라서 ‘K뮤지컬 로드쇼’의 진행이 늦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행사를 어떻게든 개최한다고 하더라도 현지에서 한국 배우나 한국 작품을 홍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 “솔직히 현지 상황이 좀더 좋아진 뒤에 이번 행사를 올렸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행사가 취소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혹시 취소가 되면 그때 대응방안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