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가 이슬람 여성이 입는 전신 수영복 ‘부르키니’ 착용금지를 옹호하려고 프랑스를 상징하는 여성 마리안(Marianne)의 벗은 가슴을 거론해 비난을 받고 있다.
프랑스 화가 유진 들라크루와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사진)에 등장하는 마리안은 프랑스혁명 정신 자유, 평등, 박애를 대변한다. 프랑스 전역에 동상으로 세워지거나 그림으로 묘사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영국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발스 총리는 30일(현지시간) “마리안은 민중을 먹여살리기 때문에 가슴을 노출하고 있다. 그는 자유로운 여성이기에 망사를 덮어쓰지 않았다. 그런 여성의 자유가 프랑스 혁명과 공화국 정신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발스 총리의 발언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부르키니는 종교적 색채를 드러낸다”며 해변에서의 착용을 금지한 것을 두둔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법조계와 교육계를 중심으로 “부르키니 착용금지는 지나친 구속”이라고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발스 총리의 발언이 전해지자 야당은 물론 역사학계에서도 사실을 왜곡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역사학자는 “마리안을 페미니스트에 비유하는 건 저급한 발상”이라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프랑스 혁명을 연구한 저명한 학자 마틸드 라레르도 트위터에 “마리안의 가슴노출은 페미니즘과 전혀 무관하다. 심미적 차원에서 벗은 모습으로 묘사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녹색당 소속 세실 뒤플로 전 주택장관은 “마리안은 프랑스 혁명 당시 자유의 상징인 프리지아 모자를 썼다”면서 “베일을 쓰지 않았다는 발스 총리의 발언은 코믹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