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갑질' 꼼짝마!" 9월부터 100일 특별단속

입력 2016-08-31 12:00
지난해 10월 16일 인천 남구의 한 대형 백화점에서 점원 2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객에게 사과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A씨 어머니가 팔찌를 수리해달라고 했는데 직원들이 수리비의 일부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한 게 불씨가 됐다. A씨는 매장에서 1시간가량 거센 항의를 벌이고 직원들을 무릎 꿇렸다.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서로 화해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갑(甲)질의 방법은 가지가지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식물원에 ‘숙식 제공’을 조건으로 외국인 여성을 고용하고 6차례 강제 추행한 식물원 대표를 검거했다. ‘대표’라는 지위를 악용해 “일을 가르쳐주겠다”는 핑계를 앞세웠다고 한다.

 경찰이 9월 1일부터 이런 ‘갑의 횡포’를 특별 단속을 벌인다. 경찰청은 수사국 산하에 ‘갑질 횡포 근절 TF'를 꾸리고 12월 9일까지 100일간 특별단속을 벌인다고 31일 밝혔다.

 중점 단속 대상은 △정부기관 지자체 지방의회 등 직권을 이용한 인허가·관급공사비리, 이권개입 등 권력·토착형 부패비리 △거래관계 지위를 이용한 리베이트 등 계약·하도급·납품관련 부조리 △직장·단체 內 지위를 이용한 채용비리·취업사기, (성)폭력·강요·갈취, 명예훼손 △블랙컨슈머·사이비 기자 등의 폭행·갈취·업무방해 등이다. 

 이번 단속을 이철성 경찰청장이 취임사에서 치안목표로 제시한 ‘정의로운 사회’, ‘건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각 분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근절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갑질’의 개념이 추상적인만큼 경찰은 기존 수사에 깊이를 더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뇌물수수나 배임수재 사건의 경우 우월적 지위에 기반한 요구로 금품·향응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에 가까운 뇌물공여자를 가려낼 예정이다. 이렇게 직무상 위력 과시가 확인되면 뇌물은 받은 사람의 죄를 보다 무겁게 다룰 수 있도록 면밀히 수사하기로 했다.

 기존에 경찰에서 다루지 않고 고용노동부로 연계했던 임금착취 문제는 사기, 갈취 등의 혐의를 적용해 형사입건할 수 있는지 꼼꼼히 상담하기로 했다. 불공정거래, 계약 부당행위 등 형사처벌이 애매한 경우에도 민사사안으로만 간과하지 않고 행정통보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할 계획이다.

 ‘블랙 컨슈머’의 폭행 및 강요를 수사할 때는 사측 직원 등 이해당사자를 배제하고 피해자의 실제 처벌 의사를 확인해 적극 조치할 예정이다.

 ‘갑질 단속’ 과정에서 내부 고발자 및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필요할 경우 가명조서를 작성하는 식으로 방지책을 마련했다. 자문변호사 등의 피해자 지원체제도 운영한다. 공정거래위원회,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성폭력상담소 등과 연계한 피해자 지원도 이뤄진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형사, 외사수사, 여청수사 등 수사의 모든 부서가 수사력을 집중해 합동수사를 벌일 예정”이라며 “‘갑의 횡포’는 당사자 간 이해관계 탓에 음성화되는 특성이 있어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