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칼레가 난민캠프의 수용인원을 줄이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난민 사이에서 ‘정글’로 불리며 영국으로 가는 지름길로 꼽히는 칼레 난민촌이 규모를 축소하면서 예민해진 난민 사이에서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난민 2명이 이달 들어 싸우다 숨졌다. 현재 캠프 상황은 매우 불안하다. 프랑스 당국은 지난 3월 난민촌에서 1000명을 쫓아내며 축소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올 여름에는 캠프 내 가게와 식당 수십곳이 문을 닫았다.
프랑스 북쪽 모래언덕 위에 지어진 이 곳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난민캠프다. 프랑스는 아프가니스탄, 수단, 에리트레아, 시리아에서 온 난민을 이곳에 수용했다. 이들은 대부분 영국으로 가기를 바라며 가족, 친구와 함께 캠프생활을 버틴다. 리비아를 넘어 이탈리아나 동유럽을 거쳐 칼레에 이를 때쯤이면 죽음에 가까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달 들어 칼레캠프 수용자는 1만명을 기록했지만 이 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난민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어떻게 자립할지 몰라 비위생적이고 불편한 캠프에 머문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망명을 신청한 난민은 2000명, 프랑스를 떠난 난민은 2700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정부의 캠프 축소 조치에도 불구하고 캠프 내 난민은 오히려 늘었다.
난민이 급격히 늘면서 캠프에서의 생활은 버티기 힘든 상태로 치닫고 있다. 난민들은 6분짜리 샤워를 위해 3시간동안 줄을 서야 한다. 음식을 먹으려면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난민촌 주방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는 지난 4월 1인당 800명의 식사를 책임져야 했는데 이제는 1500명분 식사를 만들어야 한다. 난민캠프 운영자 측은 자원봉사자 1인당 하루 2000명분의 음식을 나눠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반면 당국은 식당과 가게 72곳을 더 철거하려고 한다. 지난해 난민위기가 전세계적으로 조명을 받으면서 당국은 난민의 정착을 돕는다며 캠프를 떠나도록 독려하고 있다. 당국은 칼레 난민촌에 2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캠프로의 건축자재 반입을 금지시켜 합판으로 만든 거주지가 아니라 텐트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2500명에 이른다. 생활필수품이 부족해 캠프에서 난민들은 날이 바짝 서 있다. 지난 23일에는 아프가니스탄인과 싸움이 붙은 30대 수단 남성이 숨졌다.
불법적으로 영국으로 가는 난민도 증가해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합동대책 마련에 나섰다. 양국 내무부 장관은 두 나라를 잇는 해저터널과 항구에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1000명이 넘는 프랑스 경찰이 각 시설과 고속도로를 둘러싼 울타리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의 보안강화 정책은 난민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있다. 영국으로 향하는 트럭을 세우기 위해 도로에 나뭇가지, 물건을 던지다가 7명이 차에 치여 죽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