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이야기. 고산자 김정호는 대체 왜 그토록 완벽한 지도를 열망했을까. 그 쉽지 않은 질문을 강우석 감독은 기꺼이 받아들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라는 해답을 내놨다.
30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우석 감독은 “원작을 처음 읽었을 때 과연 내가 김정호 선생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두려워 잠시 덮어뒀었다. 그런데 너무 생각이 나더라. 안 하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았다. 어떻게든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19세기 조선의 국토 정보를 집대성한 지리학자 김정호(차승원)의 생애를 좇았다. 흔히 생각하는 지도 장이로서의 삶에 국한하지 않고 딸(남지현)을 둔 아버지로서의 고달픔, 시대의 격랑에 흔들리는 인간으로서의 고뇌 등을 폭넓게 그렸다.
김정호를 연기한 차승원의 분투가 돋보인다. 차승원은 “아직까지 김정호 선생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시도를 하셨는지 잘 모르겠다”며 “범상치 않은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 엄청난 무게감을 어깨에 지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초반에는 특유의 유머를 섞은 가벼운 톤을 유지하다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점차 묵직해지는 표현력을 선보였다. 상당한 감정의 진폭을 유려하게 소화해냈다. 본인에게 역시 뜻 깊은 경험이었다. 그는 “제 배우 인생의 중요한 과정이자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우석 감독은 김정호의 발자취를 조금이라도 더 온전히 담아내는 데 혼신의 힘을 쏟았다. 오프닝에서 이어지는 전국 방방곡곡의 풍광이 감탄을 자아낸다. 제주도 아래 마라도부터 백두산 천지 꼭대기까지 정성스럽게도 담아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화면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단, 금강산 절경은 담지 못했다. 강우석 감독은 “방북 신청을 할 때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쏴서 금강산에 못갔다”며 “그래도 백두산을 찍어서 굉장히 위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저런 아쉬움은 엔딩 무렵 독도의 전경이 펼쳐지는 순간 눈 녹듯 사라진다.
“사람들이 자꾸 CG 아니냐고 하는데 자연경관 부분은 CG가 하나도 없습니다. 철탑이나 전기선을 지우는 정도였죠. 다 발품 팔이 해서 찍은 겁니다. 계절 변화를 다 기다려가며 찍었지요. 지도만큼이나 영상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끝날 때까지 가지고 있었어요.”(강우석 감독)
유준상(흥선대원군 역)·신동미(여주댁 역)·김인권(바우 역) 등 배우들은 작품의 내재적인 의미 못지않게 강우석 감독과 함께 작업을 했다는 것 자체에 뭉클해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강우석 감독의 스무 번째 작품이다.
강우석 감독은 “대동여지도에 담긴 김정호 선생의 철학과 생각을 자라나는 아이들이 보면 대단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음 달 7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