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처리가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로 30일 오전 예정됐던 본회의가 무산되는 등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대대적 추경 칼질’을 예고했던 야당은 누리과정 우회지원은 포기할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고, 여당은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명분에 갇힌 추경”
여야는 지난 25일 추경안 처리 합의 이후 심사를 이어왔지만 결국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누리과정 예산 집행으로 늘어난 지방교육청 재정부담 완화 비용을 추경안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지방교육청에 예산을 내려보내 우회적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청문회) 증인채택을 양보한 만큼 누리과정 예산이라도 해결해야 ‘명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수년간 반대해 온 누리과정 예산의 정부 지원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협상은 공전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의원들은 전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계잉여금 1조2000억원 가운데 6000억원을 시도교육청 지방교육채 원리금 상환 지원에 사용하는 증액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새누리당이 반발하자 야당은 6000억원의 절반인 3000억원이라도 지방교육청 지원에 사용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항목도 발암물질 배출 우려가 제기된 ‘우레탄 트랙’ 교체와 도서지역 통합관사 사업 등으로 바꾸며 ‘민생예산’임을 강조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더민주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3000억원은) 최소 요구사항이다. 우레탄 트랙 긴급 교체에만 600~700억원이 필요하다. 누리과정으로 항목을 정해 내려보내자고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우레탄 트랙 교체에만 양보 의사를 밝혔을 뿐 지방교육채무 상환은 국가재정법에 근거 조항이 없다며 일축했다.
극적 타결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더민주는 정부·여당이 전향적 입장을 밝히면 국책은행 출자(1초4000억원)와 외국환평형기금(5000억원) 등 감액 부문에서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당 역시 추경안의 조속 처리를 위해 타협 가능한 안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예결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 모두 명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만큼, 양측이 명분만 찾는다면 극적 타결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여야, 본회의 대신 감정싸움”
여야는 당초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시각 감정싸움만 벌였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오늘 야당이 보여주는 모습”이라며 “국민은 (더민주가) 집권하면 국정을 마음대로 농단할 것이란 걸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장우 최고위원은 “추미애 대표가 선출되자마자 국민에게 주는 첫 행태가 바로 헌법질서 유린”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경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새누리당은 1박 2일로 예정했던 의원연찬회를 연기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발목 잡지 않기 위해 협조하려 했으나 민생문제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며 “부실 대기업엔 수조원씩 지원하면서 (학교 환경 개선에) 몇천억원 못 넣겠다는 태도로 어떻게 예산을 운용하겠느냐”고 맞받았다. 같은 당 도종환 의원은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돈 없으니 너희가 해결하라’고 하다가 (시도교육청에) 빚이 이렇게 쌓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