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기 전 밝은 빛 노출, 우울·조울증 위험 높인다

입력 2016-08-30 11:46

야간에 노출된 밝은 빛이 생체 리듬을 깨트려 우울증과 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잠자기 전 오랜 스마트폰 사용이나 조명 기구 노출을 삼가는 게 좋겠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 조철현 교수팀은 5일동안 취침 전 4시간 동안 강한 빛에 노출됐을 때 생체 리듬의 패턴이 뒤로 밀리며 균형이 깨지는 현상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발표됐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헌정 교수

 연구팀은 젊은 성인 남성 25명을 대상으로 잠들기 전 4시간 동안 일상적인 빛인 150룩스와 인위적인 밝은 빛인 1000룩스에 노출됐을 때 일어나는 생체 리듬의 변화 유무와 정도를 분자 생체 시계, 수면다원검사, 활동기록기 검사 등을 이용해 평가했다.
 그 결과 잠들기 전 4시간 동안 밝은 빛에 노출됐을 때 스트레스호르몬인 ‘코티졸’의 분비 등 생체 리듬과 시간조절유전자(PER1/ ARNTL)의 발현이 정상보다 4시간 가량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반적인 신체의 생체리듬이 뒤로 밀리면서 환경과의 불일치가 발생해 마치 시차를 겪는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시간조절 유전자의 발현은 수면전 노출된 인위적인 강한 빛에 의해 4시간 가량 늦게 발현됐다. 
 이헌정 교수는 “시간조절 유전자의 발현 지연은 오전 시간의 무기력 및 피로감 증가, 불면증과 수면의 질 하락 같은 삶의 질을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야간에 인위적인 밝은 빛을 보는 것은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티졸 호르몬의 분비 리듬도 늦춰졌다. 코티졸은 정상적인 경우 아침 8시에 가장 높고 자정에서 새벽 2시까지는 가장 낮게 분비된다. 하지만 수면 전 4시간 동안 밝은 빛에 노출되었을 때 최고 수치로 분비되는 시간이 4시간 뒤로 밀리고 분비량도 적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수면 후 정상적인 신체 및 정신 기능을 회복하는데 더 시간이 걸리게 된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흥미로는 사실은 연구 대상자 모두 강한 빛에 노출시킬 때 시간조절유전자 발현이 지연되었지만, 코티졸의 경우에는 기분장애 척도 점수가 높은 경우에만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강한 빛에 의해 실제 생리적 기능(코티졸)의 지연까지 발생하는 것이 우울증과 조울증의 취약성과 연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많은 디스플레이기기들이 발달해 빛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게 현실이지만, 건강한 생체리듬을 유지하려면 취침 전 조명 기구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