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54)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대법원이 횡령 액수·범위 등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무자료 거래를 통한 횡령의 객체는 태광산업이 생산한 ‘섬유제품’ 자체가 아니라 섬유제품의 ‘판매대금’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횡령죄 성립을 부정하는 취지가 아니라고 대법원은 덧붙였다.
이 전 회장은 앞서 2011년 구속 기소됐다.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무자료 거래, 허위 회계처리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으로 회삿돈 530억여원을 빼돌리고, 손자회사 주식을 총수에게 헐값으로 넘기는 등의 혐의였다. 1심과 2심은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이 태광산업 생산 스판덱스 등 섬유제품을 무자료로 판매해 횡령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태광산업에서 생산하는 섬유제품 자체를 횡령할 의사에 따라 무자료 거래를 지속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그 섬유제품의 판매대금으로 비자금을 조성,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쓸 의사로 무자료 거래를 지속했다는 판단이었다. 따라서 제품이 아닌 판매대금을 횡령행위의 객체로 봐야 한다고 대법원은 지적했다.
대법원은 같은 이유로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 포탈 부분에 대해서도 판결을 함께 파기했다. 섬유제품을 횡령하였다고 보면서도 태광산업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인정한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이 전 회장은 재판에 넘겨진 뒤 2012년 6월 간암 치료를 이유로 보석 허가를 받았고, 불구속 상태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이호진 전 태광 회장 횡령·배임사건 파기환송
입력 2016-08-30 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