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폐허 속에서 꽃핀 결혼식...삶은 계속된다

입력 2016-08-29 16:59
사진=CNN방송 캡처

291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진. 그 폐허의 한복판에서도 사랑은 꽃을 피웠다. 2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라몬 아다찌와 마르티나 아다찌는 이탈리아 마르케주 아스콜리 피체노현의 작은 마을 아쿠아산타 테르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 24일 새벽 찾아온 지진과 함께 이들이 꿈꿨던 완벽한 결혼식은 산산조각 났다. 결혼식을 치르려던 성당의 제단은 먼지로 뒤덮였고, 프레스코화가 장식된 벽은 갈라졌다. 예비부부는 낙심하지 않았다. 성당 대신 마을 광장에서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다. 라몬은 “이 마을을, 주민을 사랑한다”며 “다른 어느 곳에서 결혼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여진 위험에도 결혼식을 찾은 하객 수십명은 아낌없는 박수를 쏟아내며 축복했다. 폐허 속에서도 절경을 자랑하는 이 지역 산세는 근사한 배경을 이뤘다. 마르티나는 “걱정하고 긴장했다. 마을에 문제를 일으킬까 두렵기도 했다”며 “다행히 모두 따뜻하게 반겨줬다”고 말했다. 라몬은 “지진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잠시라도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을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