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망원동 브라더스’가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지난 21일 막을 내렸다. 동명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연극은 옥탑방에 함께 살게 된 찌질한 4명의 남자과 건물주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평범한 사람들의 유쾌하면서도 처절한 이야기가 관객들을 웃겼다가 울린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모두 관객들의 마음을 찡하게 하지만 유독 관객들의 눈물샘을 훔치게 하는 인물이 있다. 극중 홍일점으로 나오는 캐릭터 조선화다. 선화는 어머니의 병원비, 동생의 학비를 위해 극한의 알바를 하는 인물이다. 집안 사정으로 자신이 사는 반지하의 보증금마저 빼서 이사 가야할 상황.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애써 눈물을 삼킨다. 더 힘을 내보려고 하는 움직임이 관객들을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선화의 힘겹게만 보이는 삶에 따뜻한 생기를 불어넣는 배우가 있다. 배우 임혜진(31)이다. 임혜진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 역시 선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고백하며 싱끗 미소를 지어보였다.
“선화의 삶이 제 삶이기도 해요. 연기를 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고 있거든요. 판촉 아르바이트도 그렇고 연극 속 스토리 중에 제 이야기도 있어요.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작가님이 제 이야기도 들어보시고 편하게 하라고 해주셨어요.”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선화가 포장마차에서 라면을 먹는 모습이다. 포장마차에서 가장 저렴한 라면을 시켰지만 돈이 부족해서 다음에 갖다 준다며 당황해하며 황급히 자리를 뜬다.
“과거에 저도 돈이 없어서 오뎅 하나에 국물로 배를 채웠던 때가 있었어요. 저도 그런 때가 있어서 선화의 마음을 잘 이해해요. 관객들도 제가 라면 먹는 장면에서 눈물이 많이 나신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말 못할 사연을 각자의 가슴 속에 담아두고 살잖아요. 저도 그렇고요. 관객들도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며 우시는 것 같아요.”
임혜진은 극중에서 반지하에서만 살던 선화가 영준이가 살고 있는 옥탑방에 올라가 바람을 느끼며 행복해하는 장면을 좋아한다고 했다. “누구나 당연하게 느끼는 바람 한줄기가 선화에게는 그 무엇보다 감사하게 느껴진다”며 “이 공연이 누군가에게는 힘든 현실에서 조그마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 만난 임혜진은 극중 선화처럼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넘쳤다. “저 역시 힘들지만 버텨보자고 생각하고 지냈어요. ‘하나님 아버지가 어떻게든 하실 거야’라고요. 그러다보니 ‘망원동 브라더스’ 같은 좋은 작품도 만나게 된 것 같아요. 하나님이 주신 선물 같은 작품이에요. 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 웃고 울며 같이 버텨보아요!”
모태신앙인 임혜진(베이직교회)에게 신앙이 큰 힘이 됐다. “삶 속에 누구나 롤러코스터가 있지만 하나님과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했어요. 싸이더스 김상영 상무님을 통해 신우회 예배도 하게 됐고 최근에 네팔 선교도 함께 다녀오게 됐어요. 연기를 시작했던 꼬꼬마시절부터 하나님이 믿음의 사람들을 붙여주셨어요. 너무 감사드려요.”
건강때문에 토론토대학을 휴학하고 귀국해 있을 때 우연히 드라마 ‘불량가족’을 봤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때부터 배우의 꿈을 꾼 그는 2011년 영화 ‘심장이 뛴다’로 데뷔했다. 이후 연극 ‘셜록’ ‘비지니스’ ‘최고의 사랑’ ‘행복’ 등에 출연했다.
그는 “망원동 브라더스를 하면서 정말 최고의 선배님들을 만났다”며 “후배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신다. 직접 요리를 해서 후배들 먹여주시고 챙겨주신다. 저도 나중에 나이를 먹으면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관객들에게는 위로와 미소를 전하는 배우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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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