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희대의 살인마는 두 아들의 아빠이자 학교 매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고향마을 주민은 물론 부인까지도 무슨 이유로 붙잡혀 가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간쑤성 바이인시 공업학교 매점에서 가오청융(52)이 체포된 것은 지난 26일입니다. 가오의 첫 범죄는 1988년 5월로 당시 23세 여공을 대낮에 살해했습니다. 이후 바이인과 인근 네이멍구 바오터우를 오가며 2002년까지 14년간 11명을 죽였습니다. 8세 여자아이도 있습니다. 대부분 빨간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이었죠. 범행은 대낮에 벌어졌습니다.
연쇄살인 이후 바이인시 여성들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바이인시 공안당국은 변태성욕자이자 여성혐오자인 33~40세 남성을 범인으로 특정하고 현상금 20만 위안(약 3400만원)을 내걸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가오는 바이인에서 120㎞ 떨어진 란저우시 위중현 고향마을에 주소지를 두고 있어 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가오는 간쑤성 공안당국이 지난 3월부터 사건현장에서 수집한 DNA와 지문을 토대로 대대적인 재수사에 나서면서 덜미를 잡혔습니다. 바이인시 거주 용의자의 DNA를 일일이 대조하던 경찰은 사소한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된 한 남성을 주목했습니다. DNA 검사 결과 28년 동안 찾아헤매던 범인의 친척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곧바로 이 남성의 친척을 용의선상을 올리고 수사를 벌여 가오를 찾아낸 겁니다.
가오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고향마을은 술렁였습니다. 두아들을 지방 명문대에 보내 마을 사람의 부러움을 샀던 가오가 연쇄 살인범이라니 말입니다. 가오의 당숙이라는 80세 노인은 “다른 이웃과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부모에게 효성이 지극했던 청융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분노에 떨었던 희생자 가족은 이제야 참았던 눈물을 흘립니다. 1998년 토막난 시신으로 돌아 온 여동생을 아직 잊지 못하는 오빠 추이샹핑은 “그동안 한번도 울지 않았던 어머니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고 했습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