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북한 6월에 ‘추가 핵무기 제조중단은 협상 가능’ 언급”

입력 2016-08-29 14:28 수정 2016-08-29 14:42
중국 베이징 옌치후 국제회의센터에서 지난 6월 22일 개막한 북핵 관련 6자 세미나인 제26차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 북한 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가운데)이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다. 그 뒤를 미국 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동북아협력대화(NEACD) 참석차 지난 6월 중국을 방문했던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앞으로 핵무기를 추가로 만들지 않는 문제는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북한이 겉으로는 ‘협상 무용론’을 언급하는 등 강경 입장으로 일관했다는 전언과 달리 ‘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논의할 여지를 스스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동북아협력대화는 미국 UC샌디에고 세계분쟁협력연구소 주최로 매년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 대표와 민간 전문가가 참석하는 반관반민(트랙2) 행사다. 올해는 6월 22일부터 사흘간 중국 베이징 외곽 옌치후에서 비공개로 개최됐으며 최 부국장이 북한 대표로 참석했다.

미국 CNN방송의 국제정치 분석가인 조쉬 로긴은 29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미국과 북한의 비밀스런 트랙2 외교'라는 제목의 글에서 당시 회의 참석자의 전언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소개했다.

로긴은 “당시 최 부국장은 회의에서 핵 관련 대화재개 조건을 제시했다”면서 “북한은 기존에 만들어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미래의 핵무기 제조는 협상을 통해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최 국장의 발언에 대해 한 회의 참석자는 “북한이 ‘우린 협상의 문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참석자는 이어 “다만 북한은 기존에 생산된 핵무기를 포기할 순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고 언급했다.

최 부국장의 언급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기존의 6자회담은 사실상 재개하기 어렵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밝힌 것이지만 협상을 먼저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추가적인 핵무기 생산중단’을 거론한 것도 핵무기를 계속 고도화하겠다는 기존 북한의 입장에 비해서도 크게 누그러진 태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로긴은 아울러 “한 참석자는 나한테 ‘당시 회의에 참석한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 부국장이 사이드라인으로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고 알려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