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보건대 출신 김소진(22·사진)씨가 한국인 처음으로 독일 치과진료보조원(한국의 치과위생사)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29일 대구보건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이 대학을 졸업 한 김씨는 지난 2월 독일 치과진료보조원 필기시험에 합격한 후 실기시험에서도 합격했다.
대구보건대를 졸업한 직후부터 헤센주 바트홈부르크시 루이젠스트쎄에 위치한 DK치과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해 왔던 김씨는 이제 이곳에서 독일에서 인정하는 전문인으로 계속 근무하게 됐다.
김씨의 보수와 복지는 국내보다 높은 편이며 경력이 쌓이면 월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
이달 8일부터 2주 동안 영국과 스위스의 각 도시를 다니며 휴가를 즐겼던 김씨는 25일 출근해서 제자를 격려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대구보건대 치위생과 최성미(43)교수와 만나 소회를 나눴다.
최 교수는 “낯선 곳에서 어려움을 이기고 큰일을 해낸 제자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씨가 거주하는 곳은 오버우어젤시 돈바흐스트라쎄에 위치한 주택이다. 근무처에서 버스로 20분 거리다. 그녀는 지난해 3월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남들보다 30분 이상 일찍 출근한다. 치과에서 예약 환자를 먼저 살펴보고 독일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다.
이제 독일인 치과위생사 2명과 같은 위치가 됐지만 열정만큼은 더 높은 자리에 있는 그녀다.
김씨가 한국인 최초로 독일 치과위생사가 되기까지는 여러 기관의 도움이 있었다.
2012년 대구보건대 치위생과에 입학한 김씨는 이 대학이 교육부 세계로 프로젝트사업에 선정되자 해외취업 희망자로 지원했다.
대학이 지원하는 독일어 수업을 이수하고 졸업 후 어시스턴트로 독일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독일에서 치과위생사가 되기는 쉽지 않았다.
대구보건대는 함부르크 직업훈련원(이하 훈련원)을 수차례 찾아 김씨의 3년 교육과정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함부르크 총영사관(총영사 장시정)은 그녀의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한국 치과위생사 면허증, 임상실습평가표, 교육과정 등의 각종 서류를 공증해 주며 지원했다.
훈련원은 한국인을 위한 자격심사위원회를 최초로 열고 훈련원의 치과방사선관리 및 치과감염관리 등 2가지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인정해 주기로 했다.
과정을 이수하기 전 1년짜리 워킹비자가 끝날 위기에 놓였지만 DK병원 김재훈 원장 도움으로 비자연장이 됐다.
이제 독일 전문인이 된 김 씨의 비자는 내달 초 노동비자로 바뀐다.
DK병원 김재훈(42)원장은 “소진씨는 매우 영리하고 실력이 뛰어나 병원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며 “환자와 스텝과의 의사소통에도 전혀 문제가 없고 환자들도 그녀를 좋아 한다”고 말했다.
신분(?)이 달라진 김씨의 최종 목표는 독일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늘 임상 경험을 메모하고 근무가 끝나면 독일어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김씨는 “타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각과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일”이라며 후배들에게 해외취업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대구보건대는 김씨를 시작으로 독일 취업의 길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독일 치과병원에 3명이 어시스턴트로 취업해 있고 2017년에는 5명이 진출하는 등 2020년까지 독일 치과위생사에 30명이 도전할 계획이다.
이 대학교는 고용노동부 청해진(청년해외진출)사업기관에 선정된 것을 발판으로 2017년부터 치위생과 1학년을 대상으로 독일어 강좌를 여는 등 다각적으로 독일 취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장상문 대구보건대 대외부총장은 “소진이가 독일 치과위생사로서 취업한 사례는 국내 보건계열 학생들의 독일 및 유럽 진출의 첫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양질의 해외취업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