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학점 은행제’와 비슷한 제도가 추진된다. 학교 밖에서 이뤄진 다양한 학습 경험을 인정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졸업장을 주는 방식이다.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을 쉬지 않고 이수하는 학교 정규교육과정이나 이런 과정을 한꺼번에 공부해 시험을 치르는 검정고시와는 다른 ‘제3의 학력인정 과정’이 도입되는 것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9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의무교육단계 미취학·학업중단학생 안전 확보 및 학습지원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의무교육 단계인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이탈한 학생의 안전을 강화하고, 이 학생들이 공부를 계속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학교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한 아이들은 방송중이나 사이버가정학습 등의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자신이 흥미있는 분야를 과목 단위로 공부해 '학습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국가공인자격증 취득, 예체능 체험활동, 직업훈련기관이나 산업체 경험 등도 학습 경험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런 학습 경험이 일정 수준 쌓이면 교육청이 학력심의위원회 심의를 열어 초·중학교 학력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예컨대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그만뒀다면 중학교 과정의 3분의 1 정도만 외부 학습 경험으로 채우면 졸업장을 받는 것이다.
의무교육을 마치지 못한 청소년은 매년 1만명씩 쏟아지고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은 공부를 계속하고 싶지만 학교 밖에서 학력을 인정받는 경로는 제한적이었다. 기존 학력인정 제도로는 의무교육조차 마치지 못한 청소년들이 사회로 나와 저임금 노동자가 되거나 범죄 유혹에 빠지는 걸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에 학업중단 학생과 다문화·탈북학생이 밀집한 지역 5곳 정도를 골라 시범사업을 벌인 뒤 2018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인천 여아 탈출사건이나 평택 어린이 사망사건, 부천 여중생 살해 사건 등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의 소재와 안전 여부를 그물망식으로 체크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의무교육 단계의 미취학 청소년을 교육하거나 돌보는 대안학교 등의 책임자는 교육 당국에 청소년 안전관리 현황을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했다. 정기적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점검도 받아야 한다. 미인정 해외 유학(부모가 공무 등으로 해외에 체류하는 인정 유학과 달리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어학연수 등)을 가려면 출국 전에 학교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해 당국이 학생 소재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