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수(25)는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낼 정도로 유망주였다. 당연히 뛰어난 활약을 꿈꾸며 2011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데뷔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듬해에는 10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6번이나 컷탈락했다. 2013년에는 상금 순위가 49위에 불과했다.
결국 지난해 3월 부모님의 권유로 이름을 김준성으로 바꿨다. 개명 덕이었을까. 지난해 톱10에 두차례 올랐다. 그리고 올 시즌 K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대역전극으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맛봤다.
김준성은 28일 비가 쏟아지는 경남 양산 에이원컨트리클럽(파72·7011야드)에서 열린 KPGA 투어 제59회 KPGA 선수권대회에서 마지막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쓸어담고 보기는 1개로 막아 7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렀다. 김준성은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박준섭(24)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KPGA 투어 57번째 대회 출전 만에 감격적인 생애 첫 승을 거뒀다. 우승상금 2억원을 받으며 시즌 상금 순위도 74위에서 4위로 뛰어 올랐다.
4타차로 공동 4위로 마지막라운드를 시작한 김준성은 1번홀 버디를 시작으로 대역전극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5번홀부터 10번홀까지 무려 6개홀 연속 버디 행진을 벌이며 선두를 추격했다.
결국 승부는 마지막 18번홀에서 결정났다. 박준섭과 공동 1위였던 김준성은 파로 세이브하며 경기를 마쳤다. 그런데 박준섭이 실수를 범했다. 티샷이 워터해저드로 들어가며 끝내 보기에 그치며 김준성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1~3라운드 내내 선두를 질주했던 박준섭은 마지막날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며 생애 첫 우승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김준성은 “벌써 투어 5년 차 인데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성적이 좋지 않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두 달 동안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며 “오랜만에 시합을 하는데도 전혀 긴장되지 않았고 샷감도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부모님의 권유로 개명 했다. 항상 무언가 부족한데 이름을 바꾸면 그 무언가를 채울 수 있다고 했다”며 “개명 효과를 이제서야 본 것 같다. 부모님 덕분이다. 상금은 부모님께 전부 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