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여의도의 추석 풍속도를 뒤바꾸고 있다.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명절 연휴 전후로 쏟아졌던 골프와 식사 모임도 조심하는 상황이다. 의원들은 “김영란법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문제가 될 소지를 아예 없애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동일한 사안에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충돌했던 여야지만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는 모두 납작 엎드린 모양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볼멘소리마저 없애진 못했다.
추석 선물 안 받기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제일 먼저 밝히고 나섰다. 그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명절 음식과 선물을 함께 나누는 우리 고유의 풍습에 대한 생각도, 또 농축산물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도 컸지만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를 만들자는 김영란법의 취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추석 선물을 드리지도, 받지도 않기로 했다”고 썼다.
재선인 박맹우 새누리당 의원도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영란법 시행령에 따른 가액 기준이 얼마든 간에 법의 취지가 그런 관행을 없애자는 뜻이니, 이번 추석 때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동참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부터 선물 같은 것 받지 말자’고 하는 주변 동료 의원들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식사나 골프 약속도 당분간 주의하자’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의원회관을 중심으로 추석 선물을 아예 받지 않는 게 편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포장을 뜯어본 뒤 5만원 이상 선물 만 따로 반송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아직 당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의원들 사이에 김영란법의 취지를 살리자는 공감대는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적극적이다. 의원총회를 통해 추석 선물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 측도 “추석 선물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물 문의가 와도 받지 않겠다고 답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기 위축 등 피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한 재선 의원은 “김영란법의 취지가 선물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안 받겠다고 하는 모습은 포퓰리즘적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도 “이번 추석보다도 법 시행 후 첫 명절인 내년 설 연휴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더민주 이개호 의원은 농축수산업계가 김영란법의 허용가액 범위 내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때까지 3년간 유예기간을 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사무처 감사관실은 오는 30일~31일 국회의원을 포함해 전 국회 직원을 대상으로 ‘청탁금지법에 관한 교육과 부패방지법에 관한 부패방지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이종선 문동성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