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지난해 2월 종료됐던 통화스와프 재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한국은 양국간 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같은 금액의 양자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 일본이 제안에 동의하면서 양국 정부는 통화 스와프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20억 달러 규모로 도입된 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11년 700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됐지만 이후 양국 외교 관계가 악화되면서 지난해 2월 종료됐다.
유 부총리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브렉시트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해 양국간 정책 공조를 긴밀히 해 나가기로 했다”며 “통화스와프는 오늘 우리가 아소 장관에게 논의 개시를 제안했고 그것에 일본이 동의해서 재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은 이날 회의에서 양국간 경제·금융 주요 현안과 양자·다자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은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등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간 정책 공조를 더욱 긴밀히 하기로 했다.
또 자국 이익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보호무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양국이 단호하게 공동 대응하는 한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일은 UN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지난 2006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양국 외교관계 악화에 따라 2013년과 2014년 회의가 중단됐다가 지난해 5월 최경환 전 부총리와 아소 부총리가 재개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회의를 마치면서 “이번 7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양국간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새롭게 제시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경제분야에서의 양국간 협력 강화가 정치, 외교, 문화 등 양국 관계 전반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소 부총리는 “한국과 일본은 G20 등 국제회의에서 자리가 나란히 있지만 이렇게 대화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았다”며 “앞으로 양자간 문제 뿐만 아니라 글로벌 문제, 지역적 문제도 양국이 협조를 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