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하겠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눈물만

입력 2016-08-27 13:19 수정 2016-08-28 10:25
눈이 충혈된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인원(69) 부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오전 9시37분쯤 도착한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무런 말없이 취재진 앞을 지나쳤다. 검은 정장과 검은 넥타이 차림인 그는 얼굴이 붉게 상기돼 있었다. 취재진이 심경을 재차 묻자 숨을 들이마시곤 한 손을 들며 “나중에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곧장 빈소로 들어가 헌화한 뒤 묵념했다. 신 회장의 오른편에는 검찰 소환조사 도중 비보를 접한 황각규(61)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이, 황 사장의 오른편에는 검찰 재소환이 예정된 소진세(66)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이 섰다. 신 회장은 고인의 영정 사진을 30여초 말없이 바라봤다. 묵념을 마친 뒤 유족과 인사를 나눴고, 이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신 회장은 내실로 이동해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식당에서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 등 사장단과 30여분간 이야기를 나누고는 오전 10시30분이 넘어 밖으로 나왔다. 취재진이 마지막 만남에 대해 묻자, 신 회장은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비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이 예정됐던 지난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어제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을 듣고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애통해했다. 외부 활동은 전혀 하지 못하고 집무실에만 있었다. 

빈소를 떠나던 황 사장도 참담하다는 뜻을 보였다. 그는 “검찰 수사 받기 전에 마지막으로 통화했는데 (이 부회장이) ‘수사 잘 받고 오라’고 하셨다”며 “10년간 모셨는데 만감이 교차하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는 롯데 계열사 임직원 50명 이상이 배치돼 조문객들을 도왔다. 조의금을 받지 않았고, 이 부회장의 종교를 고려해 “상주와의 인사는 목례로 부탁한다”고 안내했다. 빈소를 찾은 롯데 관계자들은 언론 보도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직원은 “롯데에는 가신(家臣)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과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수행비서조차 하나 없을 정도로 소탈하고 인자한 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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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