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의 교향곡 8번 ‘천인 교향곡’은 특별한 이벤트용으로 연주되는 경우가 많다. 워낙 규모가 엄청나서 쉽게 공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천인 교향곡은 1910년 뮌헨박람회 음악제 초연 당시 지휘자, 오케스트라 연주자 171명, 독창자 8명, 합창단 850명(아동 350명 포함) 등 1030명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 클래식 콘서트홀에서는 이런 편성으로 연주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500명 이하로 축소해서 한다. 다만 이 작품을 야외에서 연주할 경우엔 1000명이 넘는 출연인원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 2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개관 페스티벌의 두 번째 프로그램으로 천인 교향곡이 연주됐다. 2036석인 롯데콘서트홀 객석의 40% 정도가 합창단원 850명으로 채워지는 등 1000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당초 말러의 뮌헨 초연 공연을 재현하려고 했지만 무대에 오케스트라 연주자 171명이 다 설 수 없어서 141명으로 축소했지만 눈 앞의 1000명이 주는 위압감은 대단했다.
이날 임헌정이 지휘한 천인 교향곡 공연은 우리나라에서 공연된 역대 천인 교향곡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국내 초연이었던 1978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30주년 기념 연주회 당시 600여명이었던 것을 비롯해 그동안 500명 안팎에서 연주가 이루어졌다. 2011년 서울시향이 말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정명훈 지휘로 연주한 공연은 476명이 참가한 바 있다. 3022석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나 2523석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안에서의 소리의 밸런스 등 음향을 고려해 출연 인원을 축소한 것이다. 해외에서도 체육관이나 공원 등에서 ‘천인 교향곡'을 연주할 때는 1000명이 넘는 출연인원이 나오기도 하지만 실내 콘서트홀에서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500명 안팎에 머문다.
사실 1000명의 음악가들이 한데 모여 하모니를 만드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1000명이 한자리에 모여 연습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따로따로 연습하다가 처음 함께 연습한 것이 공연 3일전이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지휘자 임헌정의 리더십은 물론 참가자들의 노력에 고개가 숙여질 정도다. 이들은 성령 강림과 인간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이 교향곡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하지만 실내 콘서트홀에서 1000명이 뿜어내는 소리는 우선 음량 면에서 너무 컸다. 소리가 폭포수처럼 온몸에 쏟아져 내리긴 했지만 귀가 예민한 사람들의 경우엔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특히 19개 합창단으로 꾸려진 850명의 합창이 너무 압도적이다 보니 이에 맞서 기악과 독창이 분투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케스트라의 경우엔 다소 섬세함이 떨어졌다. 소프라노 손지혜·박현주·이현,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김정미, 테너 정호윤, 바리톤 김동섭, 베이스 전승현 등 스타 성악가 8명은 훌륭한 기량을 보여줬다. 다만 일부 성악가의 경우 합창에 묻히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날 ‘천인 교향곡’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후 서울에 28년만에 등장한 대형 클래식 전용홀인 롯데콘서트홀의 개관을 축하하는 이벤트로서는 적합했다고 본다. 1000명이 뿜어낸 에너지와 열기는 객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비록 음악적으로는 완성도를 논하기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관객은 이날 함께 한 것만으로도 평생 특별한 경험을 가지게 됐다.
25일에 이어 27일 ‘천인 교향곡’ 공연도 이미 매진된 상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