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배우 이일화(45)가 무대로 돌아왔다. 배우 조재현이 대표로 있는 수현재컴퍼니 제작의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다. 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그녀를 잊지 못하는 남편과 그런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죽은 아내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일화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작품을 만나 여러분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며 “무대에서 관객과 가깝게 호흡하며 그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를 늘 갈망했는데 조재현 선배님이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하게도 이 연극을 하게 됐다. 매일이 너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민들레 바람되어’는 살아있는 남편 ‘중기’와 죽은 아내 ‘지영’의 엇갈린 대화로 구성된다. 이일화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오지영 역을 맡았다. 관객의 눈에는 보이지만 남편과는 소통할 수 없다. 오지영 역할에 몰입된 이일화는 공연 내내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죽음은 모든 것이 다 내려지는 초월적인 상황인 듯해요. 그럼에도 생전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내를 외롭게 한 남편을 원망하고 미워도 하죠. 근데, 죽고 나서는 ‘남편은 남편대로 힘들었겠구나’ 더 이해하게 되고요. 딸을 혼자 키우는 남편이 애처로워 눈물이 나요. 살아있는 당신은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죠.”
살아 있을 때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죽고 난 이후 아내는 남겨진 남편에 대한 연민, 남편은 아내의 무덤을 찾으며 그리움과 생전에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을 전한다. 서로가 듣지 못할 말을 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마음도 아려온다.
이일화는 “매일매일 부대끼고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면서 부부가 진정한 소통을 하기란 힘들 것 같다”며 “이 작품을 하면서 소통에 대해 더 고민을 하게 되는데, 옆에 있는 존재 그대로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서로가 연약한 존재이니, 그들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고 받아들여주면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이일화는 극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오늘은 바람이 분다. 오늘은 북쪽에서 불고, 내일은 남쪽에서 불겠지’를 꼽았다. 그는 “연극을 보고 내가 살아왔던 길을 돌아보며 행복한 기억을 잠시라도 떠올리면 좋겠다”며 “나 스스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가 되는 작품”이라고 했다.
2008년 초연부터 전회 매진, 재공연 당시 전국 25개 도시 670여회 공연된 히트작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에는 이일화 전노민 김민상 이지하 이한위 황영희 등이 출연한다. 9월 18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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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