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 장인(匠人)의 화려한 귀환이다. 배우 김래원(35)이 로맨틱하게 돌아왔다. 부드러운 미소와 감미로운 목소리는 여전했다. SBS ‘닥터스’가 뭇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은 이유, 바로 그였다.
23일 종영한 ‘닥터스’에서 김래원은 사랑에 솔직한 신경외과 교수 홍지홍 역을 맡았다. 박신혜(유혜정 역)를 향한 애정을 마음껏 표현하는 다정다감한 인물.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도 그의 입을 거치면 달콤해졌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내공이다. 이 달달함 덕에 드라마는 방영 기간 내내 월화극 1위를 지켜낼 수 있었다.
뜨거운 호응 속에 작품을 끝마친 김래원은 홀가분해보였다. 25일 서울 양천구 SBS 목동사옥에서 만난 그는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를 했는데 꽤 괜찮았던 것 같다. 당장은 아니어도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으면 또 한번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 웃었다.
“로코는 원래 좋아하는 장르에요. 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계기이기도 하고요. 스스로도 가장 자신 있는 분야라는 걸 알고 있어요. 교만이 아니라, 저만의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김래원의 로코 소화력이 빛난 순간이 있다. 극 중 사제지간이었던 박신혜와 십여년 만에 동료 의사로 재회한 뒤 “결혼했니? 애인 있어? 그럼 됐어”라고 무심하게 말하는 장면. 이 명대사의 맛을 살린 건 김래원의 공이었다.
“대본에는 쭈뼛쭈뼛 어색해하는 설정이었는데 제가 상남자 스타일로 바꿨어요. 말 순서도 조금 바꾸고요. 그렇게 바꿨기 때문에 반응이 좋았다고 전 생각하는데, 작가님은 절대 아니라고 하시겠죠(웃음).”
그는 로코 특유의 오글 멘트를 담백하게 툭툭 뱉어내는 독보적 능력을 갖고 있다. 이런 말투가 단연 매력 포인트였다. “오글거리는 멘트가 많아 어려웠다”는 김래원은 “닭살스러운 걸 그대로 하면 정말 닭살일 것 같더라. 어떻게 이걸 부드럽고 심플하게 넘길 수 있을까 노력을 했다”고 털어놨다.
상대역 박신혜와는 실제 9세 차이가 난다. 하지만 연기할 때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서로 존중하고 맞추려했기에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갔다는 게 그의 말이다. 단, 선배로서의 책임감은 느꼈다. “이제 내가 현장에서 이런 위치도 되는구나, 좀 더 넓어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1997년 MBC ‘나’로 데뷔한 김래원은 활동 초기 가벼운 로코물에 주로 출연했다. ‘옥탑방 고양이’(MBC·2003) ‘어린신부’(2004) 등을 거치며 스타덤에 올랐다. “그때는 밑도 끝도 없이 연기했죠. 그저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위해 굉장히 노력했고요. 지금은 캐릭터 자체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한다는 점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동안 로코 제안은 꾸준히 들어왔다. 일부러 피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펀치’(SBS·2014) ‘강남 1970’(2015) 등 최근작에서는 센 역할이 많았다. ‘맞춤형’ 배우로 남기보다는 ‘성장’하고 싶다는 그의 의지 때문이었다.
“전 열정이 없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해요. 20대 중반쯤 고민이 많은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이 있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연기가 점점 재미있어져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더 잘했으면 좋겠어요.”
연기에 대해서는 술술 얘기하던 그를 멈칫하게 한건 연애 관련 질문이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할 게 많아서…. 아마 몇 년 걸리지 않을까요?” 결혼 계획만큼은 확실히 있단다. “독신주의는 절대 아니에요. 전 제2의 삶에 대한 큰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