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에 연루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당 권은희(42·여) 의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모해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의원에게 26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했다”는 취지의 권 의원 증언을 위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주관적 인식·평가, 법률적 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권 의원은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김 전 청장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2012년 12월 12일 김 전 청장이 전화를 걸어 와 “검찰에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영장을 신청하면 검·경간 수사권 조정문제와 관련해 경찰에 불리하게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향후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특별수사를 벌인 검찰은 권 의원의 진술을 근거로 2013년 6월 김 전 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후 오히려 권 의원이 시민단체의 고발을 받아 기소됐고, 김 전 청장은 법정에서 해당 전화통화는 격려 차원이었다고 맞섰다. “영장 신청이 검찰에서 바로 기각당하는 것도 경찰 자존심에 문제가 된다”고 일부 언급한 적은 있지만, 영장 신청을 막는 지시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권 의원에게 약 4분관 전화통화를 하며 영장 신청에 관한 말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권 의원이 김 전 청장의 말을 격려로 받아들였을지 지시로 인식했을지는 권 의원의 주관적 인식·평가영역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수서서의 상황을 고려할 때, 영장 신청 여부에 관한 1차적 판단자인 권 의원 스스로는 김 전 청장의 말을 영장 신청을 하지 말라는 지시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특정 전자정보만 제출한다고 얘기한 바 없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여직원이 지정한 파일만 열람하려 했다”는 등의 증언에 대해서도 위증으로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법률적 견해에 오류가 있지만,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권 의원은 무죄가 선고된 직후 취재진을 만나 “부담 있는 재판임에도 사법부에서 용기 있고 소신 있게 법에 따른 판단을 내려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논평을 내고 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방해받았다” 모해위증 기소됐던 권은희 의원, 1심서 무죄
입력 2016-08-26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