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바라지골목’ 원만한 합의로 역사 흔적 살리는 재개발 재개

입력 2016-08-26 15:28
옥바라지골목과 연계한 역사유산 재생사업 추진 개념도.

조합과 대책위원회 간 갈등으로 중단됐던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 옥바라지 마을 재개발 사업이 양측의 원만한 합의로 사업이 재개된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무악2구역 재개발사업 조합과 미합의 주민을 포함한 옥바라지 골목 보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원만하게 합의를 마치고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조합 측이 박원순 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폭력적인 강제집행 실시에 대해 사과하고 조속한 공사 재개를 할 수 있도록 요청했고 시는 충분한 협의 거쳐 해결안을 도출하되 그간의 사업 일시 중단으로 인한 조합 측의 경제적 손실은 행정적 지원으로 최대한 보전한다는 원칙을 전달했다.

대책위 측이 제시한 옥바라지골목 보존방안에 대해서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숙의를 거쳐 역사·생활문화유산 남기기 기본방향 및 원칙을 마련했다. 기존 길 조직을 재현하고 잔존건물 중 일부를 재활용하거나 보관 중인 한옥자재를 활용해 구역 내 이축하는 방식으로 옥바라지와 관련된 역사를 기념할 수 있는 생활사박물관이나 기념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무악2구역 주변지역인 행촌권역 내 역사·생활문화유산을 연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시는 또 돈의문에서 박물관마을~한양도성~딜쿠샤~무악2구역(행촌권 성곽마을)~서대문형무소를 연계한 역사유산 재생사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현재 사업을 추진 중인 240여개 정비사업구역 전수조사해 사업시행인가 전부터 생활문화유산에 대한 보존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무악2구역의 진행과정에 대한 기록을 백서로 남겨 이런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늦었지만 원만하게 합의를 완료한 조합과 대책위에 감사드린다”며 “조속히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악2구역은 일제 치하에서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독립운동가 가족이 옥바라지한 골목으로 알려진 서울 무악동 46번지 일대로 일명 ‘옥바라지 골목’으로 불린다.

대책위가 재개발에 반발, 옥바라지 골목 보전을 요구하며 점거 중인 구본장 여관에 대해 조합 측이 지난 5월 17일 오전 7시쯤 강제집행을 통해 철거를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로 부상자가 발생했다.

대책위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날 현장을 찾았던 박 시장은 조합 측의 강제철거를 접하고  “일방적 밀어붙이기 보다는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며 공사를 중단시켰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