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의 물은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이날 오전 7시11분쯤 이 산책로 작은 나무에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목을 매달아 숨진채 발견된 일이 있었지만 점심시간 무렵 식당가에는 여전히 양수리를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인근 리베리온무인텔 장순용(56) 대표는 “문을 연지 2개월 보름가량 지났다”며 “호텔에서 마지막 잠을 잔 것이 아니라 제네시스 차량에서 잠을 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식당가는 오후 10시면 영업이 모두 끝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밤 11시쯤 이곳에 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전날 9시쯤 혼자 서울 용산구 자택을 나와 평소 주말이면 자주 찾는 양수리를 찾아 검찰 소환에 대비해 마지막 생각을 정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시간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주말이면 도로 양쪽이 자동차로 가득한 양수리 북한강변은 조용했고, 산책로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부회장은 작은 나무 하나를 골랐다. 넥타이를 풀어 미리 준비한 스카프와 연결해 자신의 목에 걸었다. 이렇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자신이 선택할 다른 길이 없어 보였다.
그는 자동차안에 남긴 유서에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다”라고 쓴 글자가 떠올랐다.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이 부회장은 A4용지 4매(1매는 표지) 분량의 자필 유서를 통해 끝까지 롯데와 신동빈 회장에 대한 충성심을 표시했다. 그것으로 자신이 세상에 남길 메시지는 끝이었다.
그는 가족과 롯데 임직원에게 보낸 유서 중 가족에게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라고 썼다.
또 롯데 임직원에게는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며 끝까지 조직과 신 회장을 옹호하며 생을 마감했다.
그의 마지막 모습은 서정IC CCTV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관련기사 보기]
☞
☞
☞
☞
☞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