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최고경영진인 이인원 정책본부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26일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대기업 임원이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자살에 이른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해 4월 대림산업의 전직 간부인 박모(58)씨가 자택 인근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는 한국전력기술 간부들에게 골프 접대 등 로비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는 최고경영자나 창업자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치권까지 뒤흔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도 불과 1년여전이다. 2003년 대북송금 사건으로 조사 받던 현대 정몽헌 회장의 충격적인 자살은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1998년 39쇼핑 박경홍 사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비리의혹 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은 뒤 투신했다. 87년 범양상선 박건석 회장의 외화도피 혐의 수사 중 투신자살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대부분 기업 차원을 넘어서는 정치적 사건과 얽혀 있다는 유사점이 있다.
비슷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가 논란이 된다. 이 부회장이 숨졌단 소식에 검찰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상적인 수사 수순에 따라 소환하는 것일 뿐 검찰은 이 부회장을 압박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월급쟁이들에게는 ‘별을 다는 일’로 불리는 대기업 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그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문도 꼬리를 물기 마련이다. 이 부회장 자택의 경비원은 “최근에는 부인의 퇴원을 앞두고 밝은 모습이었다”며 “평소에 한번도 보지 못한 반바지 차림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사건 때에도 ‘자살할 이유가 없다’거나 ‘갑자기 누군가에 불려갔다’는 식의 주변 증언이 나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몇해 전 검찰의 비자금 수사를 받았던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자금을 관리하다보면 오너 일가나 회사의 은밀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 마련”이라며 “이 때문에 자금통이 기업에서 승진코스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검찰의 수사 대상이되면 자금 담당자가 첫 번째 타겟이 되고 심리적으로도 가장 강한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경우 회사의 동료나 경영진을 보호하기 위해 막다른 선택에 내몰리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마티즈를 보낸다”는 표현이 유명하다. 지난해 7월 국가정보원의 스마트폰 해킹 의혹이 불거졌을 때 한 직원이 마티즈 차량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 마티즈 차량은 국정원 직원이 구입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고, 자살 직후 폐차 처리됐다. 이 때문에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네티즌들은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온라인에 올릴 때에는 마티즈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될 수 있다는 식으로 비꼬며 이 표현을 사용한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