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할 때 5500억원대 국고 손실을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1심 무죄 선고 직후 “공중으로 날아간 천문학적 세금은 누가 책임지느냐”며 이례적인 기자회견까지 열어 반박했지만, 법원 판단은 이번에도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사장에 대해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 전 사장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2009년 10월 하베스트의 부실 계열사를 시장가보다 5500억여원 비싼 4조5000억여원에 인수한 것을 부실 근거로 제시했지만, 재판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유사한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과다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수 이후 하베스트의 사업 부문에서 조 단위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인수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요인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인수 과정의 과오를 평가할 수는 있더라도 고의로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던 1심과 비슷한 취지의 판결로 풀이된다.
강 전 사장은 하베스트와 자회사 ‘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석유공사에 55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됐다. 하베스트 자산가치 평가가 불과 4일 만에 진행된 점, 강 전 사장이 경영평가를 잘 받으려고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한 정황 등이 부실 자원외교의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1심은 지난 1월 “판단 과정에서 과오가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형법상 배임에 해당할 만큼은 아니다”며 강 전 사장을 무죄 석방했었다.
졸속경영이 낳은 천문학적인 국고 손실이지만 형사 처벌을 받는 이는 여전히 없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이영렬(57) 서울중앙지검장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처해 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공중으로 날아간 천문학적 세금은 누가 책임지느냐” “회사 경영을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강도 높은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 2인자가 개별사건에 대해 사법부를 공개 비판한 일은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법원 판단이 바뀌진 못했다. 배임죄를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이견은 이석채 전 KT 회장, 강덕수 전 STX 회장 등의 사례와 더불어 계속되고 있다. 재계를 중심으로 거센 ‘배임죄 처벌 완화’ 요구 기류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하베스트 손실, 인수땐 예상할 수 없었던 요인” 5000억대 배임 혐의 강영원 前 석유공사 사장 2심도 무죄
입력 2016-08-26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