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병원비는 국가가 보장하자”-건강보험법 개정 국민서명운동 나선다

입력 2016-08-26 10:36 수정 2016-08-26 11:06
열두살 박건우군은 근육이 줄어들고 뼈가 두꺼워지는 희귀질환인 근위약증(카무리디스 엥겔만 증후군)을 앓고 있다. 국내에 5명 밖에 없는 희귀병이다. 그 5명 중 3명이 박군의 가족이다. 어머니와 7살 동생도 같은 병을 진단 받았다. 건우군의 가정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 조건부 수급자다. 아버지가 배달업을 하고 있는데 월 100만원 정도의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다. 약물 치료나 물리치료, 재활치료, 뼈교정 수술 등의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11살 공은준군은 몸에 단백질을 저장하지 못하는 신증후군을 앓고 있다. 갑작스레 배와 양쪽 볼에 물이 할 때마다 항생제 주사를 맞고 복수를 빼야 한다. 한달 이상씩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잦다. 한번 입원할 때마다 200여만원이 든다. 신장이식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나, 이미 아버지가 차를 몰아 버는 돈의 대부분을 은준군의 치료비에 다 쓰고 있는 상황이다.

건우군과 은준군의 가족이 다음 주 국회를 찾는다. 열다섯살 이하 어린이들의 의료비는 전액 국가에서 책임지자는 국민건강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증언대회가 30일 국회에서 열린다.

글로벌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과 정의당(대표 심상정),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집행위원장 이명묵)는 국회 본청 223호에서 ‘아픈 아이’ 보호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어린이병원비의 국가 책임을 촉구하는 ‘당사자 가족 증언대회’를 연다. 증언대회에는 자신을 비롯해 자녀 2명이 함께 근위약증을 앓고 있는 박건우(12세) 아동 어머니가 나와 희귀난치성질환으로 국내에 환자가 총 5명뿐인 상황에서 장애 등록조차 쉽지 않은 의료지원체계의 한계를 꼬집고, 몸에 단백질을 저장하지 못해 수시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공은준(11세) 아동 아버지가 나와 끝없이 반복되는 치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할 예정이다.

증언대회에는 환아 가정 외에도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윤소하 의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과 여승수 복지사업본부장,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 이명묵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해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 필요성을 환기하고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밝힌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는 한 아이의 아픔이 온 가족의 아픔이 되고 있는 환아 가정의 병원비를 국가가 전액 보장하는 법적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어려운 가정의 현실을 알리며 오는 9월부터 대국민 서명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정의당 윤소하 의원(국민건강복지부 본부장)은 만 15세 이하 모든 아동의 입원진료비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1호법안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당 차원의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은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낳은 아이들의 생명을 지켜나가는 것도 국가의 과제”라면서, “아이가 아플 때 치료 받고 건강히 생활할 수 있는 사회환경이 조성되도록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을 이끌어 낼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1588-1940)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