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 편의를 위한 신용장 제도를 악용해 대부업 장사에 활용한 대출 사기 조직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범행에는 전·현직 세무공무원을 비롯해 조직폭력배까지 대거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무역대부업체 대표 윤모(53)씨 등 19명을 구속기소하고 2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적발된 이들 중에는 서방파·수유리파·인천부평식구파·광주백운동파 등 조직폭력배와 전·현직 세무사 등이 포함됐다. 대출사기조직만 4개에 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유령기업 10개를 인수해 국세청에 과거 3년간 연매출을 100억원대로 부풀려 신고한 뒤 부가세 등을 사후 납부하는 수법으로 재무제표를 조작했다. 검찰 조사결과 재무제표 조작은 전직 세무공무원 조모(48)씨가 주도했고, 현직 세무공무원 이모(46)씨도 재무제표 조작 사실 묵인의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8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조작된 재무제표는 대출사기조직과 결탁해 대출사기로 이어졌다. 이들은 유령기업을 알루미늄 수입업자로 가장해 ‘기한부 신용장 발행대출’(유산스 대출) 등을 통해 236억원을 가로챘다.
유산스 대출이란 자금이 필요한 수입업자의 편의를 봐주는 금융무역제도로 수입자가 은행에 신용장을 개설하면 해당 은행이 수출업자에 무역대금을 미리 지급하고 정해진 기일 뒤 수입업자로부터 해당 무역대금을 이자와 함께 변제 받는 제도를 말한다.
이들은 은행으로부터 수입대금을 받아 들여온 알루미늄을 ‘알루미늄 깡’ 업체를 통해 현금화 했다. 윤씨는 이런 절차를 대리해주고 알루미늄 수입액의 10%를 수수료로 챙겼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신용장 돌려 막기’를 통해 돈을 챙겼다. 신용장 개설마다 대부업자는 수수료 수익을 얻었다.
검찰 관계자는 “수입 알루미늄 깡 방식의 무역대부업자와 결탁한 신용장 발행 대출 사기를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폭도 적극 가담한 사안이다”며 “앞으로도 금융감독 관계기관과 공조 및 정보공유 강화로 이런 신종범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검, 신종 ‘수입 알루미늄 깡’ 무역 대출사기 적발
입력 2016-08-25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