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우병우 거취’ 문제로 두 쪽 난 모양새다. 비주류 의원 대부분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분명히 요구했다. 반면, 우 수석의 ‘직(職) 유지’를 주장한 13명의 의원들은 모두 친박(친박근혜)계였다. 많은 친박 의원들은 ‘노코멘트’라고 답하며 자신들이 입장조차 밝히기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23∼24일 새누리당 소속 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일보 긴급설문조사를 보면 비주류의 우 수석 사퇴 요구에 친박들은 침묵을 지키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주류는 사퇴 요구, 친박은 눈치 보기
설문에 응한 107명 중 우 수석 거취와 관련해 ‘사퇴’ 의견을 제시한 의원 50명은 “사퇴 시기를 더 이상 미룰 경우 야당에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줄지 모른다” “이미 사퇴 시기가 지난 것 같다” 등 강경한 의견을 쏟아냈다.
우 수석 사퇴를 촉구했던 정진석 원내대표는 설문조사에서 “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유승민 의원은 “우 수석이 자진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정병국 의원은 “우 수석 개인의 문제로 나라가 너무 혼란스럽다”며 “우 수석 사퇴로 이 국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의원들 상당수는 우 수석이 사퇴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면서 우 수석 사퇴론이 이미 확산돼 있다고 했다.
반대로 ‘직 유지’ 의견은 13명에 그쳤다. 수치로만 보면 새누리당 의원들 의견은 우 수석 사퇴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노코멘트’라고 한 의원이 무려 44명이다. 직 유지라고 한 13명은 모두 친박 색채가 뚜렷했고, ‘노코멘트’ 44명 중 37명이 친박계로 분류된다. 박완수 의원은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우 수석 거취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노코멘트’를 직 유지에 가깝다고 해석한다면 ‘직 유지’(57명)가 ‘사퇴’(50명)보다 7명 더 많은 셈이다. 친박계 한 중진의원은 “말하기 껄끄러우니까 노코멘트라고 한 것이지 사실상 우 수석이 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우 수석 거취에 대한 명확한 의견 표명을 한 의원이 107명 중 63명(58.9%)에 그친 이유는 여당 의원들의 난감한 상황을 방증한다. 정면 돌파 의지를 보여준 청와대의 눈치가 보이고 우 수석을 옹호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우 수석 거취에 대해 “사퇴해야 한다”면서도 “청와대 잘못은 아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국기문란 행위를 했다”고 청와대를 엄호했다.
청와대 대응을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52명·48.6%) 의견이 많은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강경 대응을 의식한 듯 “내가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해 달라”며 응답을 거부했다. 다른 의원은 우 수석 거취를 묻는 질문에 “참 난감하다”며 “공직자의 자세라면 잘잘못을 떠나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둘 중의 하나로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아리송한 답변을 내놨다.
일부 친박 반란표…초선들은 입 닫아
친박계에선 우 수석 사퇴라는 일부 반란표가 나왔다. 우 수석 의혹은 검찰에서 잘잘못을 가리기로 하고 일단 박근혜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중진의원은 “우 수석 의혹의 진위가 어떻든지 지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면 강태공처럼 선비 정신을 발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설문에 응한 3선 이상 의원 38명 사이에선 우 수석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28명이 우 수석 사퇴를, 1명만 직 유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대응을 묻는 질문에서도 ‘부적절하다’(21명)가 ‘적절하다’(2명)를 압도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국기문란 행위 여부에 대한 응답은 ‘아니다’(19명), ‘노코멘트’(15명), ‘맞다’(4명)로 조사됐다.
반면 초선 의원들의 눈치 보기는 여전했다. 세 질문에 모두 노코멘트라고 한 33명 중 절반가량인 16명이 초선이었다. 일부는 정국 최대 현안이 된 우 수석 거취 문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안이다” “관심 분야도 아니어서 내용을 알아보지도 않았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감찰관의 국기문란 여부를 묻는 질문엔 모두 62명(57.9%)이 노코멘트라고 했다. 대부분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국기문란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기문란 행위가 아니다’(31명)고 한 의원들은 대부분 비주류였다.
김경택 이종선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