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부 지역을 강타한 규모 6.2의 지진으로 25일(현지시간)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최소 241명이다. 미국 CNN방송은 지진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 피해가 속속 집계되면서 사상자 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조대원 4300여명이 투입돼 생존자 찾기에 전념하고 있지만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로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종됐는지 확인하기조차 어렵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밝혔다. 지울리아가 구조된 것은 기적이었다.
라치오주 리에티현의 아마트리체와 아쿠몰리, 레마르케주 아스콜리 피체노현의 페스카라 델 트론토가 직격탄을 맞았다. 세 도시에서만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마을 체육관과 임시로 마련된 천막에서 밤을 보내면서 구조대를 돕고 있다.
토마토와 매운 고추소스를 넣은 파스타 아마트리치아나로 유명한 아마트리체 지역에선 주말에 축제가 예정돼 관광객 수 천 명이 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이 700명에 불과한 아쿠몰리에도 여름철 별장을 방문하는 발길로 지진 당시에는 2000여명이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가족 단위 피해자가 많았다. 잔해 속에서 8개월 된 신생아와 9세 형제가 부모가 함께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적도 상당수 무너졌다. 16세기에 지어진 아마트리체 시계탑 바늘은 지진이 발생한 시각인 오전 3시36분에 황망하게 멈췄다. 중세 프레스코 벽화와 성 아고스티노 성당, 르네상스 시대 팔라초는 폐허로 변했다. 베네딕토수도회 창설자인 성 베네딕토 탄생지 노르시아에서도 많은 문화재가 피해를 봤다. 12세기 성 베네딕토의 집터에 지어진 바실리카가 크게 파손됐고 14세기 지어진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당과 로마시대 성벽도 무너질 위험이 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로마 식당 600여 곳은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가 한 그릇 팔릴 때마다 이탈리아 적십자사에 2유로(약 2500원)씩 기부하기로 힘을 보탰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