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진 10세 소녀는 17시간만에 구조됐지만…안타까운 구조현장

입력 2016-08-25 16:53 수정 2016-08-25 21:10
무너진 콘크리트 블록 사이로 작은 발이 보였다. 꼼지락대는 발을 보고 누군가 “살아있다”고 소리치자 긴장감이 현장을 감쌌다. 산산이 부서진 건물 파편과 철제 구조물 사이에서 지울리아(10)는 그렇게 17시간을 웅크리고 기다렸다. 구조대원이 지울리아를 꺼내자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먼지를 뒤집어 쓴 잠옷 차림의 소녀는 그제야 겁에 질린 표정을 풀고 구조대원의 품에 안겼다.

이탈리아 중부 페스카라 델 트론토에서 24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매몰된 10세 소녀 지울리아를 찾아 잔해더미에서 꺼내고 있다. 사진은 동영상을 캡쳐한 것이다. AP뉴시스

 이탈리아 중부 지역을 강타한 규모 6.2의 지진으로 25일(현지시간)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최소 241명이다. 미국 CNN방송은 지진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 피해가 속속 집계되면서 사상자 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중부 아마트리체에서 24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 엎드려 있다. AP뉴시스


 구조대원 4300여명이 투입돼 생존자 찾기에 전념하고 있지만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로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종됐는지 확인하기조차 어렵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밝혔다. 지울리아가 구조된 것은 기적이었다.

24일(현지시간) 발생한 지진으로 폐허가 된 이탈리아 중부 아마트리체. AP뉴시스

 라치오주 리에티현의 아마트리체와 아쿠몰리, 레마르케주 아스콜리 피체노현의 페스카라 델 트론토가 직격탄을 맞았다. 세 도시에서만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마을 체육관과 임시로 마련된 천막에서 밤을 보내면서 구조대를 돕고 있다.

규모 6.2의 지진이 강타한 이탈리아 중부 아마트리체에서 24일(현지시간) 생존자를 구하던 구호요원이 탈진한 듯 앉아 쉬고 있다. AP뉴시스


 토마토와 매운 고추소스를 넣은 파스타 아마트리치아나로 유명한 아마트리체 지역에선 주말에 축제가 예정돼 관광객 수 천 명이 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이 700명에 불과한 아쿠몰리에도 여름철 별장을 방문하는 발길로 지진 당시에는 2000여명이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가족 단위 피해자가 많았다. 잔해 속에서 8개월 된 신생아와 9세 형제가 부모가 함께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탈리아 중부 아마트리체에서 24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건물더미에 생존자를 찾아 들것으로 옮기고 있다. AP뉴시스

 유적도 상당수 무너졌다. 16세기에 지어진 아마트리체 시계탑 바늘은 지진이 발생한 시각인 오전 3시36분에 황망하게 멈췄다. 중세 프레스코 벽화와 성 아고스티노 성당, 르네상스 시대 팔라초는 폐허로 변했다. 베네딕토수도회 창설자인 성 베네딕토 탄생지 노르시아에서도 많은 문화재가 피해를 봤다. 12세기 성 베네딕토의 집터에 지어진 바실리카가 크게 파손됐고 14세기 지어진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당과 로마시대 성벽도 무너질 위험이 크다.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 중부 아마트리체 무너진 건물더미 위에 24일(현지시간) 평온한 모습의 성모화 사진이 놓여져 있다. AP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로마 식당 600여 곳은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가 한 그릇 팔릴 때마다 이탈리아 적십자사에 2유로(약 2500원)씩 기부하기로 힘을 보탰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