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60년 여성차별' 금복주, 안바뀌면 지역민들 등 돌린다

입력 2016-08-25 16:57

“여기 ○○말고 △△주이소.”
 대구·경북지역 향토 주류업체인 ‘금복주’에서 만든 소주말고 다른 업체 제품을 달라는 말이다. 최근 이 지역 식당 등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금복주는 대구·경북 주민들의 애정으로 큰 기업이다. 1957년 설립된 금복주는 대구·경북 점유율이 60~80%에 이를 정도로 지역에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민들이 금복주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복주의 시대 역주행때문이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금복주는 약 60년간 여성을 차별하는 인사를 했다. 여직원이 결혼하면 강제로 퇴직시켰고, 채용이나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금복주·경주법주·금복개발·금복홀딩스 4개 회사를 조사해 이 같은 사실들을 확인했다.
 금복주는 창사 이후 지금까지 결혼하는 여직원을 예외 없이 퇴사시켰다. 퇴사 거부 시 근무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인사를 내기도 했다. 4개 회사 전체 정규직 직원 289명(3월 11일 기준) 중 여직원은 36명에 불과했다. 또 안정적인 자리엔 남성을 앉히고, 경리·비서 등 일부 직무만 여성에게 맡겼다. 여직원은 주임 이상 승진도 할 수 없었다. 
 이 같은 금복주의 전근대적인 행태는 올해 초 금복주에서 근무하던 여직원 A씨가 결혼을 이유로 회사에서 퇴사 압박을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내고 수사기관에 회사를 고소하면서 드러났다. 이 일로 지역 여성단체들이 금복주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금복주가 지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소비자들 몰래 수돗물을 섞어 제품을 만든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성차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지역민들은 금복주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수성구에 사는 김모(54)씨는 “시민들이 소주 팔아줘서 큰 기업이 힘없는 직원들에게 ‘갑질’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복주는 재발방지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60년 동안 이어져온 관행이 쉽게 고쳐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번에는 진짜 달라져야 한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