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맹주 한국 "중국 축구굴기는 없다"

입력 2016-08-25 16:02
사진=신화뉴시스

축구광인 시진핑 중국 주석은 부주석 시절이었던 2011년 세 가지 축구 목표를 제시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과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 그것이다. 중국 대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 축구계는 환골탈태했다. 특급 외국인 선수들이 가세한 클럽들의 전력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국가 대표팀의 전력도 예전 같지 않다. 아시아 맹주 한국은 ‘축구 굴기(堀起·우뚝 섬)'를 앞세운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한국은 8월 23일부터 9월 1일까지 열흘 동안 세 차례 중국과 맞대결을 벌인다. 두 차례는 클럽 대항전이고 한 차례는 국가 대항전이다. 전북 현대는 지난 23일 중국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상하이 상강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에서 0대 0으로 비겼다. 반면 FC 서울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산둥 루넝과의 ACL 1차전에서 3대 1로 이겼다.
 과거 중국 슈퍼리그는 부패와 낙후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2010년 슈퍼리그는 대형 승부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국가 대표팀의 부진으로 축구에 흥미를 잃어 가던 중국 팬들은 슈퍼리그마저 썩었다며 등을 돌렸다. 클럽들을 후원하던 대기업들도 철수했다. 중국 정부는 승부조작 스캔들에 연루된 난융 중국축구협회(CFA) 부회장에게 사형을 선고할 정도로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중국 대기업들은 부패가 청산되자 다시 슈퍼리그로 돌아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광저우 에버그란데), 스벤 예란 에릭손(상하이 상강) 등 외국인 명장들이 중국 클럽 지휘봉을 잡았다. 최용수(장쑤 쑤닝) 등 한국인 감독도 5명이나 슈퍼리그 클럽을 맡고 있다. 니콜라스 아넬카(전 상하이 선화), 엘케손, 다리오 콘카, 헐크(이상 상하이 상강), 그라치아노 펠레, 지우, 주실레이(이상 산둥 루넝) 등 세계적인 스타들은 슈퍼리그에서 뛰었거나 뛰고 있다. 슈퍼리그는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이적료로 약 3500억원을 썼다. 세계 1위의 기록이다.
 ‘황사 머니’는 힘을 발휘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2013년 ACL 결승에서 서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 슈퍼리그는 2016 ACL 8강(동·서아시아 각각 4개 팀)에 2개 팀을 진출시켰다. K리그와 쌍벽을 이룬 것이다. 8강 1차전 결과 서울은 4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전북은 4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9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중국으로선 꼭 이기기 싶은 경기다. 슈퍼리그에 막대한 투자를 한 이유들 중의 하나가 대표팀의 전력을 강화시켜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월드컵 역사는 초라하다. 2002 한·일월드컵 출전이 유일하다. 당시 한국과 일본은 공동 개최국으로 예선을 거치지 않은 덕분이었다. 중국은 본선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고, 9골을 허용하며 3전 3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중국은 가오 홍보 감독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공한증’을 깬 장본인이다. 2010년 2월 10일 동아시아 축구선수권에서 한국을 상대로 3대 0 대승을 거뒀다. 가오 홍보 감독은 당초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까지만 지휘봉을 잡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을 최종예선으로 이끌자 CFA는 그를 감독으로 선임하고 대폭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이번에 한국을 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문가들은 “슈퍼리그의 투자는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쓰인다”며 “그 투자가 당장 대표팀의 발전과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은 혹시 모를 중국의 반란에 대비해 상하이로 건너가 전북-상하이전을 지켜봤다. 상하이에는 대표팀에 선발된 우레이, 카이후이강, 위하이 등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레이가 2선에서 부지런히 움직였다”며 “스피드도 좋고 기술도 뛰어나 우리가 조심해야 할 선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중국을 꺾기 위해 유럽파 손흥민과 이청용, 구자철, 황희찬, 권창훈 등 최정예 멤버를 총동원한다. 한국은 중국과의 A매치 역대 전적에서 30전 17승12무1패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