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타이타닉’ 제작을 꿈꾸며 1978년 영화감독 신상옥씨와 배우 최은희씨를 북한으로 납치했던 영화광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육성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25일 TV조선이 단독 보도한 이 녹음 내용에 따르면 김정일은 두 사람을 만나 북한 영화에 대해 "왜 장면 마다 자꾸 초상난 집처럼 우는 것만 찍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쪽(남한)은 대학생 수준인데, 우린 이제 유치원인데”라며 신 감독 부부를 납치한 배경이 무엇인지를 시사했다.
북한 수용소에서 갇혀 지내기도 했던 신 감독에게 “당신을 가둬놓고 죄수처럼 맞죠. 죄수처럼 취급해가지 그래서 오해도 생기고"라며 해명도 했다.
김정일은 신 감독의 영화제작을 최대한 지원했다. 그는 “우리는 돈을 다 쏟아붓겠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신 감독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겁니다”라고 큰 기대감을 표시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2년 3개월간 17편의 영화를 만들며 김정일의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신 감독에게 “진정한 자유가 없기 때문에 진정한 자유를 찾아서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 여기 왔다는 걸로”라며 스스로 북한을 선택했다고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이 육성 녹음은 신 감독과 배우 최씨가 김정일을 만날 때마다 몰래 녹음을 한 것이다. 최씨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신 감독이 머리 써서 오늘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무리 변명하고 설명해도 누가 알아주겠나? 그러니 우리가 진실을 녹음하자"고 해서 녹음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상옥·최은희 부부는 납치된 지 8년만인 1986년 북한의 철통 감시를 뚫고 탈출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