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신상옥 감독에 "창작 자유찾아 온 걸로" …육성 첫 공개

입력 2016-08-25 09:13 수정 2016-08-25 09:15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에서 북한에 납치된 신상옥 최은희 부부가 김일성(가운데)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최은희(왼쪽)가 메릴린 먼로와 함께 있는 모습, 김정일이 최은희와 독대하는 장면(위부터 시계방향). 엣나인필름 제공


북한판 ‘타이타닉’ 제작을 꿈꾸며 1978년 영화감독 신상옥씨와 배우 최은희씨를 북한으로 납치했던 영화광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육성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25일 TV조선이 단독 보도한 이 녹음 내용에 따르면 김정일은 두 사람을 만나 북한 영화에 대해 "왜 장면 마다 자꾸 초상난 집처럼 우는 것만 찍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쪽(남한)은 대학생 수준인데, 우린 이제 유치원인데”라며 신 감독 부부를 납치한 배경이 무엇인지를 시사했다.

북한 수용소에서 갇혀 지내기도 했던 신 감독에게  “당신을 가둬놓고 죄수처럼 맞죠. 죄수처럼 취급해가지 그래서 오해도 생기고"라며 해명도 했다.

김정일은 신 감독의 영화제작을 최대한 지원했다. 그는 “우리는 돈을 다 쏟아붓겠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신 감독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겁니다”라고 큰 기대감을 표시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2년 3개월간 17편의 영화를 만들며 김정일의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신 감독에게 “진정한 자유가 없기 때문에 진정한 자유를 찾아서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 여기 왔다는 걸로”라며 스스로 북한을 선택했다고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이 육성 녹음은 신 감독과 배우 최씨가 김정일을 만날 때마다 몰래 녹음을 한 것이다.  최씨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신 감독이 머리 써서 오늘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무리 변명하고 설명해도 누가 알아주겠나? 그러니 우리가 진실을 녹음하자"고 해서 녹음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상옥·최은희 부부는 납치된 지 8년만인 1986년 북한의 철통 감시를 뚫고 탈출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