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 공식 임명…취임사 전문

입력 2016-08-24 16:00 수정 2016-08-24 16:00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가 23년 전 음주운전 사고를 둘러싼 논란으로 진통을 겪은 끝에 24일 제20대 청장으로 공식 임명됐다. 경찰청이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독립한 이후 순경부터 치안총감까지 모든 계급을 거친 최초의 경찰 총수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이 청장의 취임식을 열었다. 이 청장은 취임사에서 “최근 동료들에게 오래된 저의 허물로 많은 심려를 끼쳐 미안하다”며 “국민과 동료들을 섬기는 자세로 일하면서 마음의 빚을 하나씩 갚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작보다 마무리가 아름다운 청장이 되겠다고도 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따듯하고 믿음직한 경찰’이 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이 청장은 앞으로 2년동안 15만 경찰 조직을 이끌게 된다. 이 청장의 당면 과제는 조직 안팎의 기강 확립이 될 전망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음주운전 관련 의혹 등으로 인해 ‘인사 검증 실패’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백남기 농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해결해야 할 현안도 많다. 이 청장 임기(2년) 내인 내년 12월 19대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아래는 취임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전국의 경찰가족 여러분!

지금 이 시간에도 유례없는 폭염 속에서 묵묵히 땀 흘리고 있을 동료 여러분의 노고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평소 경찰에게 끊임없는 성원을 보내주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오늘 경찰청장이라는 사명을 부여 받고, 이 자리에 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경찰 동료 여러분!
우리 경찰의 기본 책무는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기대와 동료들의 요구도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범죄에는 강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경찰이 되어 달라” “본연의 역할에 더 한층 충실해 달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이 원하는 문제의 해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꾸준히 실천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경찰가족 여러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합니다. 경찰이 국민의 안전 확보와 사회질서 유지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만 국민의 신뢰와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주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모든 역량을 결집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우리사회가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국민의 ‘안전’에 대한 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신종범죄와 무동기 범죄 등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국민여러분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우리 생활주변의 범죄부터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과학적인 진단과 분석을 바탕으로 주민이 꼭 필요한 곳에 경찰력을 집중하고, 치안 R&D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미래 치안환경 변화에도 효율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아울러, 국민과 함께하는 경찰이 되어야겠습니다. 단순 생계형 범죄로부터 4대 사회악, 안보위협, 테러에 이르기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범죄에 대응하는 방법은 시민들의 진정어린 관심과 신고정신입니다. ‘나와 우리 이웃을 우리가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경찰과 주민, 자치단체, 전문가 그룹이 함께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사회를 바르게 하는데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부패와 부조리를 털어내고, 깨끗하고 반듯한 사회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법을 지키는 것이 자신과 공동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원칙이 상식이 되고, 신뢰가 넘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을 쏟읍시다. 경찰의 법 집행과 치안활동 하나하나에 인권과 공정의 가치를 담아 주시기 바랍니다. 오로지, 국민중심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찰, 고통받는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는 따뜻한 경찰이 돼 주실 것도 당부드립니다.

끝으로, 현장에 활력을 불어 넣겠습니다. 경찰청장인 저와, 현장경찰관 우리 모두는 국민 안전을 보호하는 동반자입니다. 경찰 내부의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바로잡고, 부단한 현장 소통을 통해 화합의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감찰활동을 공감받는 수준으로 혁신하고, 성과평가와 인사제도 역시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현장의 동료들이 자율적이고 책임감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할 수 있다’는 신념과 긍지를 바탕으로 국민의 기대에 걸맞은 치안활동에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자랑스러운 경찰 동료 여러분! 최근 동료 여러분에게 오래된 저의 허물로 인해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미안합니다. 저는 국민과 동료 여러분들을 섬기는 자세로 일하면서 마음의 빚을 하나씩 갚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고,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의 경험을 통해 현장 경찰관 여러분의 고통과 아픔, 땀과 눈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저 혼자보다는 여러분과 함께 우리 경찰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완수해 나가겠습니다. 항상 겸손하게, 가슴을 열고 현장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겠습니다.

시작보다 마무리가 아름다운 청장, 현장과 함께 호흡하며 기본과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경찰청장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의 자긍심이 상처받지 않도록 경찰의 명예를 지키면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만들겠습니다. 경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민으로부터 존중받고,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멋진 대한민국 경찰이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그동안 우리 경찰을 훌륭하게 이끄시고 떠나신 강신명 청장님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대한민국 경찰의 건승과, 경찰가족의 행복, 우리 모두의 밝고 힘찬 미래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8월 24일

경찰청장 이 철 성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