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노린 남편 살해, 마약 복용 후 어머니와 이모를 살해한 10대 등 최근 도를 넘은 패륜 범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밥을 안줬다"는 이유로 친고모를 살해한 사건까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2시께 전북 고창군 상하면의 한 주택에서는 85세인 고령의 고모를 때려 숨지게 한 김모(58)씨가 긴급체포됐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의 범행동기는 "고모가 밥을 차려주지 않아 화가 나서 때렸다"였고 유모차에 몸을 의지하지 않으면 거동조차 어려운 고모는 모진 폭력에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기소생활수급자로 지정돼 군으로부터 생활보호를 받고 있던 김씨였지만 김씨는 혼자살아 밥을 차려 먹기 어렵다며 마을 내 지척의 고모를 찾아가 끼니를 해결하곤 했었다.
김씨의 고모 역시 호전적인 성격의 김씨가 일도 다니지 못하고 평소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것을 안쓰럽게 생각해 찾아오는 김씨를 마다치 않고 밥을 차려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날도 점심을 해결하지 못하자 고모를 찾아갔고 집안 마당에 있었던 고모에게 밥을 차려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밥때를 넘겨 술까지 마신 상태에서 찾아온 김씨가 고모는 달갑지 않았다.
급기야 밥을 차려 달라며 고모의 손목을 붙잡고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지만 고모가 완강히 거부했고 이에 격분한 김씨는 고모를 밀어트린 후 발로 무차별한 폭행을 가했다.
무더운 날씨, 몸까지 불편했던 고모는 결국 현장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고모가 쓰러져 한동안 움직임이 없자 김씨는 마을회관으로 가 주민들에게 또다시 밥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렸고 '주취자소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이미 김씨가 경찰차에 오른 상태였지만 고모를 찾아가 밥을 얻어먹던 김씨의 행동을 잘 알던 주민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씨의 고모집을 찾아갔다.
고모의 동태를 살피던 주민들은 심한 폭행으로 마당에 쓰러져 숨져 있던 고모 김모할머니를 발견했다.
주민들은 이를 곧바로 경찰에 알렸고 현장을 확인한 경찰이 신병을 확보하고 있던 김씨에게 고모가 숨진 것을 추궁하자 김씨는 고모의 폭행사실을 자백했고 현장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해 10월에도 한 마을주민에게 삽자루가 부러질 정도로 폭력을 휘둘러 8개월간 옥살이를 한 후 지난 6월에 출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현재 김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위해 검찰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친족인 고모에게 가해던 무차별 폭행, 범행 후에도 마을회관을 찾아가 주민들에게 밥을 요구했던 점, 연행 후 조사과정에서도 나타났던 김씨 정신상태 등을 석연치 않게 보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