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에 감염된 대만 국립국방대학 학생이 석연치 않은 이유 때문에 퇴학을 당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4일 연합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에 다니던 아리(가명)는 2012년 정기 건강검진에서 에이즈 감염 사실이 확인된 뒤 졸업을 앞둔 2013년 퇴학 조치됐다. 학교 측은 아리가 허가 받지 않은 노트북을 사용했다는 등 품행이 불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리가 에이즈 판정을 받은 뒤 수영 수업에서 배제하고 식판과 옷을 다른 학생 것과 분리시키는 등 노골적으로 차별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만 언론은 학교 측이 자퇴까지 종용했다고 전했다.
위생복지부와 질병관제서는 아리를 대신해 국방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만 법원은 지난 3월 국방대학의 손을 들어줬고 다시 4월에 항소했다. 의사 출신인 린저우옌 위생복지부 장관은 “에이즈 감염자는 다른 만성 감염자처럼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면서 “국방부가 젊은 학생의 미래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와 별도로 질병관제서는 국방대학에 ‘에이즈 감염자 권익보장 조례’ 위반 혐의로 100만 대만 달러(약 3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저우즈하오 부서장은 “아리를 복학시키거나 별도 합의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리는 연합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방대학의 공개사과와 에이즈 감염자 차별 인정, 학력증명서 발급과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국방대학은 이에 맞서 아리에게 정부가 보조한 학비 80만 대만달러(약 2800만원)를 토해낼 것을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방부와 위생복지부와의 갈등에 주무부처 중 하나인 교육부는 개별적인 사안에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뒷짐을 졌다.
정부 부처의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자 결국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나섰다. 차이 총통은 지난 20일 “모든 에이즈 감염자는 차별 받아서는 안 되고 오히려 보호를 받아야 한다”면서 아리의 편을 들었다. 이후 린취안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22일 국무회의를 거쳐 아리의 학력증명서 발급과 등록금 반환 요구 중단을 결정했다.
국방부는 결정을 받아들여 학력증명서 발급과 함께 등록금 반환 요구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학력증명서 발급 시점과 반환 요구를 완전히 철회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사회의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아리의 에이즈 감염 경로에 문제를 제기하며 “행실이 부적절해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비난하는 한편 “세금 낭비를 중단하라”며 아리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아리 논란은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법률로 보장됐지만 에이즈에 대한 ‘질시’의 풍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