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수환 추기경 양아들인데…”, 억대 사기친 50대

입력 2016-08-24 07:47 수정 2016-08-24 08:33

서울 도봉경찰서는 故 김수환 추기경의 양아들을 사칭해 카톨릭 신도에게 1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이모(52)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씨는 2010년 5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은행에서 정치권력자가 발행한 수표를 찾는 데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9000만원을 가로채는 등 정모(67)씨에게 총 1억3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카톨릭 신자인 정씨가 평소 김 추기경을 존경한다는 점을 노렸다.
 조사결과 이씨는 김 추기경 서거 이듬해인 2010년 4월에 지인 소개로 정씨를 만났다. 당시 정씨는 김 추기경의 서거로 상심해 있었다. 그런 정씨에게 이씨는 자신을 김 추기경의 양아들이라고 소개했다. 가톨릭대를 졸업했고 서품만 받으면 언제든지 신부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씨는 김 추기경이 요한바오로 2세로부터 받은 금장 몽블랑 만년필과 일기장 9권 등 유품으로 추모관을 운영하겠다며 정씨에게 신뢰를 얻었다. 김 추기경 소유의 가평 토지 소유권을 상속받아 개발권을 위임해 주겠다라 유혹하기도 했다.
 거짓말이었다. 이씨는 고졸 학력이었고 배우자가 있어 신부가 될 수 없었다. 추기경과도 아무런 인연이 없는 무직자였다.
 카톨릭 신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정씨는 이씨에게 선뜻 돈을 건넸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씨가 돈을 갚지 않자 의심이 생겼다. 결국 정씨는 이씨를 고소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