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文 '중간지대' 꿈틀…野 정계개편 타이머 작동

입력 2016-08-23 16:26 수정 2016-08-24 10:25
지난 18일 서울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대화를 하고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눈앞에 두고 야권 개편 움직임이 휘몰아치고 있다. 여권의 친박(친박근혜)세와 야권의 친문(친문재인)세가 강화되는 움직임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간지대’가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더민주 비주류 핵심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타 세력과의 연대·통합 가능성을 내비쳤고, 국민의당은 중도 단일후보론을 앞세워 영토 방어에 나섰다. 이에 맞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 통합론을 다시 제기하며 비주류 견제에 착수했다. 더민주 차기 지도부가 선출되는 8·27 전당대회에 맞춰 대권 주자들이 일제히 행동에 나서면서 야권 지형도가 물밑부터 요동치고 있다.
 ‘비주류+호남’ 암중모색
 분당 이후부터 이어져왔던 더민주 비주류와 국민의당 호남 의원간 통합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더민주 비주류는 지도부를 친문 세력이 장악하는 데 대한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호응 의사가 적지 않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떨어지는 호남 지지율, 외부 대선주자 영입 등을 두고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황주홍 의원이 고성을 주고받았다. 황 의원은 “선배님 낡은 정치때문에 당이 이렇게 됐다. 원맨쇼 그만하라”고 했고 박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에겐 한마디도 못하면서 내부에서만 총질한다. 너 인마 나가”라고 소리쳤다.
 지난달 의총에서도 “안철수만으론 내년 대선서 안 된다”는 격론이 벌어졌다. 내부 반발 기류를 박 비대위원장이 ‘장판교의 장비’처럼 홀로 버티는 형국이다. 야권 관계자는 “박 비대위원장이 호남세력을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 불만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더민주 김 대표가 지난 21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의 공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통합 공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더민주 비주류 측은 “문 전 대표나 안 전 대표 수준 정치력으로는 집권 여당을 이길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판을 키우고 미래 비전을 보이는 후보를 미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통합 제안과 다른 점은 안 전 대표도 통합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총선서 보여준 잠재력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안 전 대표는 “합리적 개혁을 원하는 사람이 힘을 합해야 대한민국 문제를 풀 수 있다. 양 극단이 집권하면 국민 절반만 가지고 나라를 이끌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철수, 문재인의 반격
 이런 움직임에 가장 영향을 받는 건 국민의당, 특히 안 전 대표다. 국민의당은 더민주 비주류의 공세를 ‘몸집불리기’ 시도라고 본다. 더민주 주류에 힘으로 밀리니 통합으로 세를 키우려한다는 것이다. 시·도당 위원장을 비롯해 지도부를 주류인 친문이 장악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안 전 대표 측은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탈취하는 것과 같은 약육강식의 논리”라며 “패권주의론 정권교체가 안되기 때문에 호남이 국민의당을 살려놓은 거다. 통합하자는 건 당 문닫자는 소리”라고 말했다.
 대신 국민의당은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입당을 제안하며 중도단일후보론을 내세웠다. 박 비대위원장은 “안 전 대표의 아름다운 양보를 통해 박 시장이 (국민의당에서) 아름다운 경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도 이날부터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안철수의 미래혁명’ 방송을 시작했다. 충청과 호남 등 지방에 당 행사에도 참석해 목소리를 키우기로 했다.
 문 전 대표가 지난 18일 안 전 대표에 야권통합을 제안한 것은 호남을 공략하고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면에는 비주류를 겨냥한 ‘맞불놓기’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선제적 제안으로 비주류의 통합 명분을 없애고 안 전 대표를 ‘통합 거부론자’ 틀에 가두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은 “김 대표의 지난 2월 제안은 필리버스터 국면전환을 위한 전략이지만 이번엔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순수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최승욱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