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절 죽일 겁니다. 만약 제가 미국에 갈 수 있는 비자를 얻을 수 있다면 전 여기에 머물거예요.”
2016 리우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반정부 세리머니를 한 에티오피아 선수의 사연이 전 세계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이 선수를 망명시키기 위한 클라우드 펀딩은 이틀 만에 7만 달러를 돌파했다.
에티오피아 마라톤 선수인 페이사 릴레사(26)는 리우올림픽 마지막 날인 22일(이하 한국시간) 남자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9분54초의 기록으로 완주해 2위를 차지했다.
릴레사는 골인 지점에서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X’자를 그렸다. 시상식장과 기자회견장에서도 같은 동작을 했다. 에티오피아의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하는 몸짓이었다.
릴레사는 자신의 세리머니에 대해 “에티오피아 정부의 폭력적 진압에 반대한다는 의미”라며 “에티오피아에선 지난 9개월간 반정부 시대위가 1000명 이상 죽었다”고 밝혔다.
또 “반정부 시위대는 권리와 평화, 민주주의를 원한다”며 “나는 이제 에티오피아로 돌아갈 수 없다. 에티오피아로 가면 그들은 나를 죽이거나 감옥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릴레사의 용기있는 행동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선 빠르게 이 개설됐다. 23일 오전 11시 기준 7만4095달러(약 8200만원)이 모인 상태다.
이번 크라우드 펀딩을 주도한 솔로몬 웅가셰(Solomon Ungashe)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초 1만 달러를 목표로 시작을 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2만5000달러가 걷히더니 또 몇 시간만에 이를 훌쩍 넘어섰다”라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에 따르면 최근 에티오피아 정부군과 반정부 시위대의 충돌로 4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에티오피아 국영방송은 릴레사의 세리머니를 편집한 채 경기를 내보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에서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릴레사의 메달 박탈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릴레사는 변동 없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