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천인 교향곡' 출연인원은 몇 명?

입력 2016-08-23 08:19 수정 2016-08-23 19:15
지휘자 임헌정이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천인 교향곡'의 리허설을 하고 있다. 이날 지휘자를 포함해 독창자 8명, 오케스트라 연주자 141명합창단 850 등 1000명이 처음으로 동시에 모여 리허설을 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말러는 자신의 교향곡 8번을 ‘천인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천인 교향곡’이라는 별칭은 1910년 독일 뮌헨 초연 당시 흥행사였던 에밀 구트만이 화제몰이를 위해 만든 것이다.
구트만은 작품에 지휘자 말러를 비롯해 오케스트라 연주자 171명, 독창자 8명, 합창단 850명(아동 350명 포함) 등 1030명이 출연한데서 ‘천인 교향곡’이라고 홍보했다. 당시 이 공연은 구트만이 뮌헨박람회에 맞춰 기획한 음악제의 메인 이벤트였다. 구트만의 대대적인 홍보 덕분에 초연 2주전에 티켓 3000매가 이미 다 팔렸다. 하지만 말러는 구트만이 자신의 교향곡 8번을 ‘재앙적인 서커스'로 바꿔놓았다며 분노하며 계약을 후회했다.

말러가 1906년 작곡에 돌입해 이듬해 완성한 교향곡 8번은 특별한 곡이다. 말러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 작곡한 이 곡은 80여분 길이에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가 나오는 칸타타풍 교향곡이다. 성악이 오케스트라의 한 파트처럼 유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악장 없이 중세시대 라틴어 찬가 ‘오소서 창조의 성령이여’를 가지고 만든 1부와 괴테의 ‘파우스트’ 가운데 마지막 승천 장면을 가지고 만든 2부로 구성돼 있다.

말러는 “이제까지 나의 교향곡은 모두 이 곡을 위한 서곡에 지니지 않는다. 이제까지의 작품은 그 어느 것이나 주관적 비극을 다루었지만, 이 교향곡은 위대한 환희와 영광을 찬양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나의 작품 가운데서 가장 크며, 내용 면에서나 형식 면에서 전혀 독특한 것이므로 그것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만족감을 표시한 바 있다. 비록 구트만의 진행방식을 싫어했지만 교향곡 8번은 말러가 생존에 가장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기록됐다.

초연 이후 이 작품은 전세계에서 꾸준히 연주됐다. 하지만 엄청난 규모 때문에 말러의 다른 작품과 비교할 때 공연 횟수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편성을 축소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나 클래식 콘서트홀에서는 500명 안팎으로 줄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특별한 이벤트성 기념공연으로 이 작품을 야외나 대형 아레나 등에서 연주할 경우 1000명이 넘는 출연인원이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08년 캐나다 퀘벡의 400주년을 기념한 공연에선 지휘자 요아프 탈미를 포함해 1001명이 나왔고, 2010년 독일 뒤스부르크에선 지휘자 로린 마젤을 포함해 1131명이 출연했다. 또 2012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는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을 포함해 1401명이 참가한 바 있다.

한국에서 이 작품이 초연된 것은 세종문화회관이 개관한 197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30주년 기념 연주회다. 당시 홍연택이 지휘하는 국립교향악단에 나영수가 합창 지도를 맡았다. 출연자는 600여명이었다. 이후 1988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개관을 기념하는 음악제 가운데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정재동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올린 뒤 2003년 부천필이 말러 사이클의 일환으로 다시 무대에 올렸다. 이후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말러 사이클 도전에 나선 가운데 2011년 서울시향이 말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정명훈 지휘로 연주한 공연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서울시향의 공연에는 정명훈을 포함해 오케스트라 연주자 147명, 독창자 8명, 합창단 320명(어린이 80명) 등 476명이 참가했다.

25일, 2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천인 교향곡', 즉 교향곡 8번 공연은 지휘자 임헌정, 독창자 8명, 오케스트라 141명, 합창단 850명 등 총 1000명이 출연한다. 한국에서 열린 교향곡 8번 공연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당초 말러의 뮌헨 초연 공연을 재현하려고 했지만 오케스트라 연주자 171명이 무대에 다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축소했다. 이렇게 엄청난 인원이 한꺼번에 연습할 수 없기 때문에 이상훈 합창 지휘자가 8월 초부터 각각의 합창단을 지휘하러 전국을 다녔다. 그리고 22일 오후 롯데콘서트홀에서 처음으로 1000명이 모였다. 다만 이날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따로 연습했고, 23일 함께 연습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