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편뉴스] “뭘 좀 아는 언니가 돌아왔지만…” 엄마의 재취업이 힘든 이유

입력 2016-08-22 00:01 수정 2016-08-22 00:01
사진=뉴시스

여름휴가가 끝난 9월부턴 하반기 취업시즌입니다. 대학 졸업예정자나 이제 막 졸업을 한 청년들에게 더 없이 중요한 시기죠. 그런데 이들 외에도 이 시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재취업을 준비하는 경단녀(경력단절여성)들인데요. 이번주 맘편뉴스에선 대기업 하반기 공채 시즌을 맞아 재취업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사진=뉴시스

우선 엄마들은 추석 명절이 되기 전에 취업을 하고 싶어 합니다. 취준생(취업준비생)이 겪는 명절 스트레스를 엄마들도 똑같이,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느끼게 되니까요. 요즘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잉여인간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엄마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정부에서조차 일‧가정 양립을 강조하며 엄마들의 취업을 부추긴 지 오래입니다. 시부모조차도 아들 혼자 벌어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게 힘들다는 걸 알기에 맞벌이를 원하는 경우가 많죠.

사진=JTBC와 중앙일보가 함께 기획 방영한 다큐멘터리 '지금 여자입니다' 포스터.

때문에 명절에 시댁에 가면 “옆집 애기엄마는 대기업에 다닌다던데…” “누구네 엄마는 연봉이 얼마더라” “누구 딸은 애 낳고도 직장생활을 계속해서 승진했더라” 식의 얘기가 오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일가친척들을 만나면 회사를 다니는 지 여부를 묻는 경우도 꽤 있죠.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 더 그렇습니다.

사진=취업포털 사이트에서 '탄력근무'를 검색한 결과

그래서 막상 재취업 시장에 뛰어들면 마땅한 자리를 찾기가 힘듭니다. 탄력근무제나 재택근무, 유연근무… 이런 단어들이 방송이나 신문에서 단골손님처럼 등장하지만 현실에선 먼 나라 얘기일 뿐입니다. 대부분 이런 자리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종사자에게나 해당되기 때문이죠. 

사진=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재택근무'를 검색한 결과

기존 재직자에게도 적용하기 힘든 제도인데 신입에겐 언감생심에 가깝습니다. 재취업을 해야 하는 경단녀의 경우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게 속이 편합니다. 과거 경력이 아무리 화려했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운이 좋게 재택이나 유연‧탄력근무가 가능한 구인 광고가 있어 클릭해보면 단기 비정규직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 동안만 할 수 있는 일의 대부분은 고용이 불안하다거나 급여가 턱없이 적은 경우라는 거죠. 실제로 지난해 금융권에서 경단녀를 대거 채용한 적이 있었지만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을 제외하곤 다 비정규직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은행의 경우 계약기간이 1년. 업무 성과에 따라 연장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연봉도 2000만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근무시간이 풀타임에 절반 밖에 되지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아이가 엄마의 손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해보면 썩 좋은 일자리라고 볼 순 없습니다. 아이를 키워놓고 풀타임 근무를 할 수 있을 때가 되더라도 신분이나 근무시간, 연봉 등의 전환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이직을 하기엔 나이가 걸립니다.


재취업도 힘들지만 재취업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 이를 반증한 통계도 있습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살펴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여성 임금근로자 842만여명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가 40.3%인 339만5000명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성 임금근로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인 셈이죠. 남성 임금근로자 비정규직 비율(25.5%)에 2배에 이릅니다. 심지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포인트 늘어났습니다. 또 여성 임금근로자 중 시간제 근로자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간제와 비정규직 근로자는 비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이는 아무리 날고 기던 능력쟁이 여성 근로자였어도 육아 문제로 경제활동을 중단했다 다시 사회에 복귀 하게 되면 비정규직 신분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고 육아 도우미를 쓰며 풀타임으로 근무를 하려면 일정기간 자신의 월급은 사회에 환원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만큼 베이비시터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시간당 7000원(6500원~7800원 사이)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베이비시터 가격입니다. 1일 법정 근무시간(8시간)에 출퇴근시간을 포함하면 하루 10시간, 일당 7만원인 셈이죠.

주 5일을 기준으로 하면 한주에 35만원, 4주면 140만원입니다. 월급이 200만원 전후라면 베이비시터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차비와 식대 정도 밖에 남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엄마들 사이에선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이 아니면 일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강조하며 경단녀의 재취업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느는 건 낮은 급여에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비정규직뿐이죠. 그래서 그런지 정부가 경단녀 재취업을 장려하는 이유가 적은 비용으로 고급 인력을 쓰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음모론을 제기한 제가 이상한 걸까요?

◇맘(Mom)편 뉴스는 엄마의 Mom과 마음의 ‘맘’의 의미를 담은 연재 코너입니다. 맘들의 편에선 공감 뉴스를 표방합니다.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