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개봉 예정인 할리우드 영화의 티저 포스터가 홍콩인의 심기를 건드렸다.
20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영화 ‘어라이벌(Arrival)’ 포스터는 외계에서 온 거대한 비행체가 홍콩 상공에 나타난 모습을 담았다. 분명히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본 홍콩의 전경인데, 엉뚱하게도 상하이의 랜드마크인 동방명주탑이 우뚝 서 있다.
‘어라이벌’은 드니 빌뇌브가 연출하고 에이미 애덤스가 주연한 SF영화다. 전문가 팀이 지구에 도착한 외계 비행체와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내용이다. 홍콩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외계 비행체가 출몰한 모습을 나타내는 포스터가 사전 홍보용으로 최근 공개됐다.
홍콩 스카이라인에 동방명주탑을 합성한 포스터는 중국 정부의 간섭이 갈수록 심해진다고 여기는 홍콩인에게 불쾌할 수밖에 없다.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고도의 자치권을 누렸지만 2014년 중국의 선거개입 문제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다. 아직도 홍콩 내 반중(反中) 정서는 심상치 않다.
논란이 불거지자 ‘어라이벌’ 제작사 파라마운트는 “하청업체가 실수한 것을 잡아내지 못했다”고 해명하면서 포스터를 교체했다. 하지만 새 포스터도 홍콩인의 분노를 샀다. 동방명주탑을 뺀 게 아니라 아예 홍콩을 지워버리고 상하이 스카이라인을 넣었기 때문이다. 홍콩 시민 셀린 잉은 “위안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중국 본토 흥행이 중요하다는 뜻)을 알려줘서 고맙다. 당신네 영화는 홍콩에 얼씬도 하지 마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