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짚은 환자가 지하철역에서 황당한 일을 당했다며 올린 글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역사에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일부 멀쩡한 승객들에게 점령당했다고 고발했기 때문입니다. 네티즌들은 “배려 없는 시민의식이 부끄럽다”라며 씁쓸해했습니다.
기막힌 엘리베이터 풍경을 고발한 글은 “수술로 인한 장애를 몇 달 겪어본 체험담”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20일 중고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양쪽 다리뼈를 이어붙이는 대수술을 한 뒤 반년 동안 목발을 짚고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일상생활 복귀를 위해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는데요. 목발로 이동하거나 시설 이용할 때 곳곳에 암초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병원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갔다 당한 황당한 사건을 소개했습니다.
그날 그는 혼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는군요. 그런데 기막힌 일이 발생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젊은 여자들이 몰려와 엘리베이터를 순식간에 점령한 겁니다. 이 젊은 여성들은 목발을 짚고 어이없어하는 글쓴이를 외면했다는군요.
글쓴이는 우리나라의 미성숙한 시민의식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적었습니다. 자신도 장애를 경험해보니 장애인들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분을 삭이지 못했는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습니다.
사실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수없이 많은 이들이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개선되고 있지 않습니다.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는 몸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하라고 만들어진겁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장애인 우선’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요. 그러나 멀쩡한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밀쳐내고 점령한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주로 이용하는 이들이 여성이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대한민국 여성들은 장애인보다 약자”라는 말도 나옵니다.
현재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멀쩡한 사람들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철도공사는 ‘장애인 우선’ 원칙은 권고사항일 뿐이고 이를 어긴다고 해도 어쩔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시민들의 양심과 도덕에 호소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 네티즌은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장애인 노약자가 우선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알면서도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안내요원을 배치해서라도 강력하게 계도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