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북한대사관 주차 과태료 체납... 북 외교관들은 중고마켓 이용

입력 2016-08-20 22:26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주영 북한 공사가 근무하던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이 현지 정부에 불법 주차 과태료 20만 파운드(약 2억9300만 원)를 체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0일(현지시간) 영국 외무부의 지난해 문건을 인용해 북한 대사관이 차량 1~2대를 이용하면서 정부에 불법 주차 과태료 20만 파운드 이상을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2005년 탈북해 영국에 거주 중인 김주일씨의 인터뷰를 인용, 북한 외교관들이 돈이 부족해 런던 일링에서 열리는 중고품 매매 시장에 나가 싸구려 물건들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중고품 매매 시장에서 그들을 봤다. 생활비를 아끼려 할인 가격에 물건을 샀다"며 "북한에 가져가 친구나 친척들에게 선물하거나 높은 가격에 되팔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한 북한 외교관은 돈을 벌기 위해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을 사들인 뒤 세탁해 되파는 부업을 했다. 

김씨는 또 런던 뉴몰든에서 쇼핑을 하다가 태영호 공사를 알아보고 인사한 적이 있다며 "다른 외교관들과 다르게 그는 신사였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태 공사 이웃들의 인터뷰도 실었다. 이웃들은 태 공사와 동료들이 조용하고 정중한 사람들이었다고 증언했다. 한 주민은 "매우 편안하고 친절하며 정중했다. 그들에 대해 나쁜 말을 할 게 없다"고 했다.

주민들은 지난달 중순쯤 북한 대사관 밖에서 '갑자기 소란스러운 움직임'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대사관 근처에 사는 한 남성은 "몇 주전 이삿짐 차들이 들락거렸다"며 "몇몇 사람들이 나와서 담배를 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당시에는 아무 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이사를 나갔던 것 같다"며 "비밀리에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