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을 대폭 늘리고 있다. 덕분에 주가는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부진한 일부 기업들은 울상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문업체 펙트셋을 인용해 지난 12개월동안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이 순이익의 38%에 이르는 금액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고 전했다. 2009년 2월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올해 2분기 동안 S&P500 지수에 상장된 500개 기업 중 주주들에게 연배당을 한 기업은 44개 기업이었다. 이들이 주주들에게 나눠준 배당금 규모는 이들 기업이 지난 12개월 동안 낸 전체 수익을 넘어섰다.
WSJ는 이같은 결과가 주주들이 최근 지속된 저금리 상태 때문에 기업들에게 더 많은 배당을 요구하면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불황 때문에 기대치보다 낮은 성장에 주주들이 실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배당률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올해 들어 S&P500 기업들의 수익배당은 꾸준히 미국 10년 국고채 배당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런 변화는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매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뉴욕증시는 3대 지수로 불리는 다우존스산업지수와 S&P 500지수, 나스닥 지수 모두 마감 가격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999년 이후 약 17년만이다.
주가 상승에도 기업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S&P500 기업들은 2008~2009년 이래 처음 5분기 연속으로 전체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수라면 원유가격이 상승세인 덕에 3분기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 정도다.
WSJ는 제약회사 화이저, 알루미늄 전문업체 알코아, 장난감 제조업체 메텔, 식품업체 캘로그와 크래프트 하인츠가 지난 12개월 동안 전체수익보다 많은 금액을 주주들에게 연 배당금으로 내놨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WSJ의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메텔은 최근 업체 수익이 환율 때문에 떨어진 것이라고 답변했다. 크래프트 하인츠 측은 지난 7월 합병 뒤 작업을 이유로 댔다.
몇몇 기업에게는 이같은 높은 배당이 독으로 돌아왔다. 건축장비업체 캐터필러는 지난해 6월 배당율을 10% 늘렸으나 주 당 수익률이 1년전의 3.84달러에서 2.18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이 기업은 2018년까지 1만명을 정리해고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19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상 최고가를 이틀 연속 경신한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비율을 크게 높여 주목받고 있다. 최근 진행 중인 지배구조 개편을 수월히 하기 위해 일반 주주들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