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고지서가 각 가정으로 날아들면서 요금 폭탄이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는 에어컨을 끼고 살았다는 네티즌들의 고지서 인증샷도 등장했는데요. 정부의 한시적 요금 인하를 두고 누진세 개선없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 이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요금폭탄의 주범은 누진제만이 아닙니다. 한참 시끄러웠던 TV수신료 이외에 최근 논란거리로 떠오른 항목이 있는데요. 바로 전력기금(전력산업기반기금)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세금이라구요? 맞습니다. 고지서에는 금액만 작게 적혀있고 징수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습니다. 왜 내야하고,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면서 돈을 내고 있는 겁니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력기금은 한국전력이 전력산업의 기반조성 및 지속적 발전에 필요한 재원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거두어들이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입니다. 전기요금의 3.7%를 징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깊숙한 비밀이 있습니다. 전력기금은 전기요금 비율에 따라 부과하기 때문에 누진제에 해당되면 함께 올라갑니다. 만약 4만원의 전기료를 냈던 가정에 누진제 적용으로 12만원의 전기료가 부과되면 전력기금 역시 1480원에서 4440원으로 올라, 요금 부담이 가중됩니다. 그래서 누진제와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럼 거두어들인 전력기금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2015년 2조1440억원이 징수해 1조9106억원을 쓰고 2394억원이 남았습니다. 이렇게 쌓인 돈이 현재 정부가 한시적으로 누진제 완화에 들어가는 재원 4200억원의 6배에 달하는 2조3980억원이나 됩니다. 전기요금을 더 내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겁니다.
이 엄청난 돈이 제대로 쓰일까요? 예상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정부는 2009년 1700억원을 투자했다가 원금 350억원을 까먹었습니다. 전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대기업 연구개발비로 2000억원 넘게 무상으로 지원되고 있는데다 민간발전사 민원처리비용으로 1000억원씩 사용됐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여윳돈을 쌓아두고도 돈을 더 거둬들이고 적재적소에 쓰여야할 소중한 혈세를 허공에 날려버리기까지 한겁니다. 이 기사보고 뒷목잡는 국민들의 마음, 정부가 하루 빨리 알아주길 바랍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